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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May 01. 2018

잃어버린 고독과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 방법

[생각의 힘] 검색 말고 사색

2017년 1월 9일, 현대 사회를 유동성(Liquid) 있는 액체로 정의했던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타계했다. 아마도 그는 ‘영원한 이방인’의 별로 떠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우만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2년 출간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접하게 된 후였으니까.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지 못해 몸부림치던 때, 제목에 이끌려 노학자의 책을 집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지구를 떠난 것조차 모르고 살았을 테니까.

2017년 1월 9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한 고독을 응시하는 눈빛의 지그문트 바우만.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미묘한 차이를 확연히 구분 짓지 못하는 거라면 그 차이는 이렇다. 외로움(Loneliness)은 부르지도 않아도 느닷없이 나타나 당신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달아난다. 감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독(Solitude)은 당신이 부를 때만 나타난다.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독한 시간,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그러한 고독의 맛을 결코 음미해본 적이 없다면 그때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중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라고 했다. 방에 혼자 있더라도 우리는 혼자가 아닌 일상을 살고 있다. (24시간 켜놓겠지만…) 전원만 켜면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세계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인터넷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SNS를 통해 타인과의 대화도 끊임없이 나눌 수도 있다. 심지어 남들을 대놓고 엿볼 수도 있으며, 누가 읽던 말던 짹짹거리며(twitter) 글을 남길 수도 있다.


외로움은 혼자 있으나 혼자가 아닌 소모적인 시간으로만 채워지게 돼 자칫, 감정적 에너지의 소비로만 이어질 수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SNS가 ‘시간 낭비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유도 외로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독한 시간으로 이동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에너지 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을 치열하게 보냈던 나를 소환해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비틀거리지 않고 제대로 걷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비록 그 시간이 아주 짧다 하더라도 말이다.

매일 점심 직후, 혼자의 시간을 통해 나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 든다.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멍한 상태로 빠져든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알 수 없다. 제3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3의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나는 눈과 귀 사이를 휙 스치는 느낌을 빠르게 잡아채곤 한다. 최고의 나는, 무리 속에서의 비교와 경쟁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발견된다는 각성. 이것이 공원을 혼자 거닐며 내가 개발해낸 ‘연금술’이다. 진짜 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음에서 황금을 만들어내는 기술. 이런 연금술로, 나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공허함과 덧없음을 보람으로 바꿔놓는다.

–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그렇게… 도깨비에 홀린 듯 외로움 20%, 고독 80%를 섞어 혼자만의 시간을 소환한 나.

날이 좋아서
여백 같은 흰 눈이 좋아서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좋아서
모든 것이 좋아서  

도깨비에 홀려 떠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고독을 음미하기 위해 떠난, 강릉 주문진행 드라이브. 다행히 고속도로는 제설 작업이 깔끔히 되어 있었다. 주문진 일반 도로는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다.

<도깨비>가 종영된 후, 아쉬움을 달래려 사람들이 도깨비 촬영지 중 하나인 주문진 방파제를 찾았다.

삼삼오오, 가족끼리, 연인끼리 방파제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어느 마음씨 좋은 커플이 선뜻 사진을 찍어주겠다 해서 건진 한 컷!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힐링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주문진 방파제. <도깨비> 촬영지로 인기를 모았다.

7시간 정도 걸린 주문진 방파제 드라이브.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난 선물 같은 미니 여행이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서, 나를 소환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꼭 장거리 드라이브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번잡함을 비워내는 시간은 매일 필요하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휴식과 에너지 충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2018년 1월 28일에 방영한 SBS 스페셜 <검색 말고 사색, 고독>은 ‘고독’을 주제로 다뤘다. 한시라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사람들, 업무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사람들이 출연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TV는 물론 친구와 가족도 없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프로젝트. 그 절대 고독의 시간 동안 그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혼자만의 시간이란 내 마음의 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지 물도 주고, 생각도 해주고, 예뻐해 주잖아요.”
“고독은 내 안에 숨겨진 나와의 만남이다.”
“고독은 나와의 대화다.”
“고독은 용기다. 너무나 무겁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그냥 쭉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용기를 내서 제 삶에 진짜 필요한 질문들에 대면하는…”

– SBS 스페셜 <검색 말고 사색. 고독 연습> 중에서

방송은 “지금 당신에게도 고독을 연습할 시간이, 온전히 혼자 있는 용기가 필요하진 않으십니까?”라고 물으면서 막을 내린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이 오롯이 자신과 만나 고독을 음미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약간의 의지와 용기만 있으면 된다. 


■ 혼자만의 시간을 만드는 방법 6가지.

1. 일찍 일어난다.
2. 책을 읽는다.
3. 산책을 한다.
4. 운동을 한다.
5. 드라이브를 한다.
6. 집중력에 방해되는 것을 멀리한다.


소설가 앨리슨 루이는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연필과 종이,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일일 대화는 자신의 세상을 바꿔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혼자 사는 즐거움> 중에서
혼자 집 근처 공원에서 걷고, 가까운 바다를 찾아가기도 하며, 주말엔 카페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혼자일 때 나와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지만 하루 중, 꼭!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길… 여유를 찾길…

잃어버린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나, 그리고 나와 함께한 시간이어서 좋았다. 


원문: [생각의 힘] 검색 말고 사색, 잃어버린 고독과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 방법



참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 조은평 & 강지은 옮김 | 동녘(2012)
참고: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2011)
참고: <혼자 사는 즐거움>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2011)
참고: SBS 스페셜 <검색 말고 사색, 고독 연습> (498회, 2018년 1월 28일)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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