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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Mar 27. 2018

정지하는 법을 배우기

[책 속의 여러 줄] <혼자사는 즐거움> 중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액셀을 밟는 일인가?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는 일인가? 

전후방과 측방을 잘 살피고,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제때 넣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매는 것, 평상시 차량 안전 점검 등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나라도 소홀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브레이크를 제때 밟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제때 멈춰 서면 사고는 막을 수 있으니까. 


얼마 전 자율주행차가 인명 사고를 내는 바람에 관련 회사들이 자율주행 시험을 중단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브레이크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한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비록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는 인식률이 중요하더라도 사람과 사물 앞에 제때 멈춰 서지 못한다면 그건 차가 아니라 흉기일 뿐이다. 

정지하는 법을 알지 못한 아니 애써 외면했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갔다. 돈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었던 한 남자는 돈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못해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던 한 여자는 타인에 의해 조종되는 것을 멈추지 못해서. 결국 국민의 삶도 국격도 모두 뒷걸음질 쳤다. 가뜩이나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호. 여기저기서 물이 새고 있고, 침몰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다행히 이제라도 멈춰서 제대로 된 정비를 하려고 한다.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비와 수리 없이 항해를 할 수는 없는 일.  


우리네 일상과 삶도 마찬가지. 달리기만 하고 멈추지 않으면 사용하기만 하고 회복시키지 않으면 결국, 몸과 마음을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개인의 삶도 뒷걸음질 치게 된다. 해소되지 않은 채 피로가 누적되면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래서 '멈춤(Stop)'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잠시 멈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멈추는 시간을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것은 회복의 시간이다. 일상을 이어갈 힘을 회복하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위한 멈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치는 음표는 다른 피아니스트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음표 사이의 정지, 그렇다. 바로 그곳에 예술이 존재한다."

똑같은 쇼팽의 피아노 야상곡을 치더라도 풋내기 학생의 연주와 거장의 연주는 분명히 다르다. 거장은 평생 그 곡을 연습했으며 선율에 격정을 담기 위해 잠시 중지해야 하는 시점을 안다. 삶의 협주곡도 마찬가지다. 먼저 음표를 하나하나 외우고 오랫동안 연습해야 아름다운 선율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잠시 멈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잠시 멈춰 서서 오랫동안 자신의 발자국과 그림자,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당신을 찾아온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노래한다. 
"조화와 기쁨의 심오한 힘을 통해 고요해진 눈으로 사물의 삶을 들여다보라." 

조화란 삶의 선율이 잘 어우러질 때 내면에 울려 퍼지는 만족감의 운율이다. 정확한 건반을 칠 수 있을 때 조화가 생긴다. 다시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고 직장에서 맡은 책임을 수행하며 살아야 된다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균형을 잘 이룰 때 조화가 생긴다. 우리가 부딪치는 가장 큰 어려움이 곧 균형 유지다. 균형을 이루자면 매일 선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녁 식사 때 먹을 음식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다. 그러다 보니 귀에 거슬리는 각종 '요구'의 불협화음만 들리는 게 당연하다. 마음이 간절하게 작곡하고 싶어 하는 조화로운 교향곡 연주가 불협화음에 묻혀버린다. 

일반적으로 혼란스러운 일상 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되고 나면 가장 먼저 무시하는 것은 정작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항, 즉 조용한 반성의 시간이다. 삶을 더 행복하게 바꿀 수 있도록 꿈을 꾸는 시간, 생각할 시간, 도움이 되거나 안 되는 점을 숙고하는 시간을 제거해버린다. 
(...)
일단 오늘은 그저 속도를 늦춰보자. 오늘 하루를 느리고 우아하게 연주되는 아다지오 선율처럼 살아보자.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음악을 들어보자. 음악을 들으면서 각각의 음이 조화롭게 결합돼 곡 전체를 표현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당신의 세상도 그 음악처럼 될 것이다. 조화를 길잡이로 삼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 종일 만족감의 랩소디가 울려 퍼질 것이다.
- <혼자사는 즐거움> 중에서
삶은 저글링과 같다. 일, 사랑, 관계, 건강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뤄야 한다(이미지 by 123RF/Gregory Johnston)

'워라벨'과 '소확행'에 관심을 갖는 건 결국 삶의 '균형(Balance)'을 맞추고 회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일상의 전부를 완벽하게 균형 잡아야 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조화(Harmony)'다. 


조화로운 균형을 위해 일상의 정지가, 멈춤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일상을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고, 호흡하며, 명상(혹은 멍 때리기)하는 것이다. 하늘과 별을 바라보면서 자연이 벌이는 일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다. TV, 인터넷, 스마트폰을 뒤로하고 혼자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시간을 글로 풀어내도 좋고, 읽고 싶은 책을 읽어도 좋고, 음악을 들어도 좋으며, 혼자서 춤을 춰도 좋다. 또한 당신의 건강과 삶을 갉아먹는 나쁜 습관을 지금 당장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 당장! 멈춰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적어보자(때론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중요하다). 


삶은 마치 여러 개의 공을 던져서 잡는 저글링(Juggling)과 같다. 일, 사랑, 관계, 건강이라는 공을 저글링 하면서 어느 하나라도 떨어뜨리지 않는 조화로운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멈추는 법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아마도 당신은 멈추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말 것. 당신에겐 하루의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을 회복시켜 성장하도록 하는 시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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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미지: <Learn how to juggle on International Juggler’s Day>

참고: <혼자 사는 즐거움: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2011)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http://푸샵.com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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