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과학이지 막노동이 아니다. - 2편
새해가 되고, 음력설이 지나면 헬스장엔 운동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한다. 2020년에도 어김없이 신규 회원, 장기 미출석 회원의 재등록 등으로 붐비기 시작했다(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긴 했지만). 게다가 요즘은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어쨌든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사람들도 새해가 되면 계획 리스트에 으레 '운동'을 슬며시 끼워 넣는다.
"올해는 기필코 체력도 올리고, 건강도 업그레이드하고, 살도 빼서 멋진 몸을 만드리라... 음! 바디 프로필 도전해봐!"
하면서 말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목표도 제각각이겠지만 오랜만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들이 있다. 바로 운동성 근육통, 즉 알배김 현상!!! 푸샵.com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는 <근육통 '알배김 현상'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이기도 하다. 전편 내용이 알배김 현상의 기전과 발생한 후의 해결책을 다뤘다면, 이번 편은
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복습 겸, 근육통의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자.
앞선 글 <근육통 '알배김 현상'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에서 '단시간 근육통(Acute Onset Muscle Soreness, AOMS)'인 '급성 근육통'과 '지연성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 DOMS)'인 '운동성 근육통'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것은 후자인 운동성 근육통이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거나, 운동 강도를 많이 올렸을 때 운동 중 또는 끝난 후가 아닌 운동을 마치고 12~24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다. 때문에 지연성 근육통이라 불리며, '알배김 현상'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는 "알배다: 급격하게 운동이나 일을 해서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다."라고 되어 있다. '(생선이) 뱃속에 알을 가지다', '곡식의 알이 들다'의 의미도 포함되는데, 아마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어원을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 허벅지 운동을 과하게 해서 허벅지 근육에 심한 운동성 근육통이 나타나면 단순한 걷기나 (계단이라도 내려갈라치면... 어익후! 통증이) 스트레칭을 해도 꽤 불편하고 아프기도 하다. 통증은 3~4일간 지속되며 이후 조금씩 감소된다.
근육은 운동 중에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하며, 수축할 때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몇몇 근육에 힘을 주었다고 해서 운동성 근육통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운동성 근육통이 일어나려면 수축하고 있는 근육을 늘어나게 하는 저항, 즉 '부하(Load)'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등산이나 마라톤에서는 체중이, 덤벨로 팔 운동을 한다면 덤벨이 부하가 된다. 덤벨을 들어 올릴 때 근육은 수축하면서 힘을 내는 것을 '수축성(Concentric) 운동'이라고 한다. 반대로 덤벨을 천천히 내릴 때는 근육의 길이가 길어진다. 즉, 근육이 수축과는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겨지면서 힘을 내는 것을 '신장성(Eccentric) 운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관절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상태에서 근육의 길이가 변하지 않으면서 힘을 내는 '등척성(Isometric)' 운동이 있다.
'운동성 근육통(알배김)'은 이 신장성 운동으로 일어나며,
수축성 운동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기(수축성 운동) 보다 내려가는(신장성 운동) 쪽이 알배김 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대부분의 운동에는 신장성 운동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긴 어렵다. 그러면 왜 신장성 운동에서 운동성 근육통이 생기는 것일까? 아직까지 완벽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근육을 구성하는 세포인 근섬유의 미세구조나 결합조직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예전엔 근섬유의 손상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근내막, 근육다발막, 근육바깥막 같은 결합조직의 손상이 주원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근육을 크고 강하게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운동성 근육통을 "No Pain, No Gain!"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운동성 근육통의 메커니즘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연성 근육통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 - <근육과 운동의 과학> 참고
1. 신장성 운동에 의해 근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속막(Endomysium, 근내막), 근육다발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다발막(Perimysium, 근주막)과 경우에 따라서는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바깥막(Epimysium, 근외막)에 손상, 염증이 일어난다. 그것들이 위치한 혈관에서 브라디키닌(Bradikinin)이 방출된다. 브라디키닌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백혈구의 유출을 일으키는 생리활성펩티드이다. 평활근을 천천히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brady(천천히) + kinin(움직이는 것)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2. 브라디키닌이 그 수용기에 작용하면 신경 생성인자, 신경 영양인자가 생산된다.
3. 이들 인자는 각각 C섬유, A델타(δ) 섬유라는 감각 신경에 작용해, 통증 자극(예를 들면 압박, 스트레치)에 대한 감수성을 높인다.
4. 이런 상황에서 근육이 자극을 받으면 C섬유, A델타 섬유로부터 신호가 뇌로 전해져 통증을 느낀다.
*근육통은 어떨 때 일어날까? (표)
다시 정리하면, 신장성 운동을 반복하면 근섬유나 결합조직에 미세한 상처가 생긴다. 근섬유의 세포막에 붙은 상처로부터 칼슘 이온이 흘러들어 세포 내에서 농도가 높아지면, 단백질이나 세포막을 파괴하는 효소가 활성화해서 상처를 더욱 악화시킨다. 그다음, 상처의 회복이나 죽은 세포 제거를 위해 면역 세포가 작용한다. 이 작용이 '염증'이다. 염증에 동반되는 부기나 열, 화학 물질의 축적이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자극하고, 뇌에 '근육의 통증'을 전달한다. 이런 반응은 운동 후 1~3일이 지나면서 최고조에 이르며, 이 무렵에 통증이 가장 커진다. 이후 증상은 조금씩 감소된다.
아주 가볍게 알배김 현상이 오면 통증이 별로 없지만, 심한 알배김 현상은 고통을 불러온다. 과연 알배김 현상을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운동하기 전후에 스트레칭 등을 해도 운동성 운동성 근육통을 막을 수는 없다. 스트레칭이 운동 중 부상을 방지하는 등의 효과가 있지만, 운동성 근육통의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다만 회복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말 예방법이 없는 것일까? 효과가 확인된 것이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운동성 근육통 예방에는 등척성(Isometric) 운동을 통한
사전조정 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기 1주일 전부터 하루 전까지 '사전조정 운동(Preconditioning Exercise)'을 하면 된다. 여기서 '컨디셔닝(Conditioning)'의 의미는 "특정 조건에 반응을 보이거나 익숙해지게 하는 훈련"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사전에 컨디션을 조절해놓는다는 의미다. 사전조정 운동은 구체적으로 근육을 늘어나게 한 상태에서 강한 부하를 가하는 등척성 운동을 몇 회 하면 되다. 예를 들면 넓적다리의 앞부분 근육(대퇴사두근)의 근육통을 예방한다고 하자. 벽에 기대어 무릎을 90도로 구부린 상태로 앉은 다음 세게 벽을 밀면 된다(아래 이미지에서 Wall Sit에 해당하는 운동임). 그렇게 하면 근육을 늘어나게 한 상태로 힘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을 하루 전에 2회 이상(1회마다 5초 또는 10초 정도)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이 운동을 가벼운 스쿼트(Squat)와 함께 하면 효과가 더 높아진다. 단 운동 직전에 하면 효과가 낮아진다.
만약 보름 후에 조기 축구회나 등산이 예정돼 있다고 가정 하자. 이런 경우는 일주일 전부터 사전 운동을 조금씩 해두면 약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내일부터 헬스클럽 혹은 집에서 중량(덤벨과 바벨 혹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운동을 하기로 한 경우라면 '운동 적응(Adaptations to Exercise) 단계'를 2주간 거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자세한 내용은 <근육통 '알배김 현상'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을 참고할 것). 운동 적응 단계란 1주일에서 2주일 간 20회 정도를 다룰 수 있는 가벼운 무게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된다. 통상 12주간의 운동 기간을 대주기라고 하는데 이 대주기 운동 중 2주간의 소주기 운동을 운동 적응 단계 즉, 워밍업 기간으로 보고 가벼운 무게로 시작해 근육이 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2주간의 적응 단계가 끝나면 3주차 본 운동 단계로 들어가는데 이때부터는 무게(혹은 운동 강도)를 올려서 시작하면 된다. 운동 적응 단계에서 20회 들 수 있는 무게를 다루더라도 오랜만에 운동을 하는 경우라면 알배김 현상이 온다. 그러나 가볍게 오기 때문에 그 다음날 크게 불편하지 않고, 가볍게 왔기 때문에 이틀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할 때도 반드시 이 운동 적응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다. 근육통(알배김)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만, 부상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성 근육통의 경우 진통소염제 같은 약도 효과가 없지만 앞선 글 <근육통 '알배김 현상'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에서 얘기한 대로 알배김이 심할 때는 스트레칭과 아주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볍게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운동성 근육통이 몸에 해를 주지는 않는다. 운동성 근육통은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알려 주는 몸의 신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1주일 이상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는 힘줄이나 인대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해당 부위를 움직이지 않는데도 욱신거리면서 통증이 있다면 인대 손상일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참고: <근육통 '알배김 현상'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 급성근육통과 지연성근육통> - 푸샵.com, 2019.2.21
참고: <몸과 체질의 과학>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부 엮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2013)
참고: <근육과 운동의 과학: 최고 운동선수의 육체와 기술을 분석한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부 엮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2018)
참고: <현장적용 운동생리학: 바로 적용하는 운동 트레이닝!> Bobby Murray, W. Larry Kenney 지음 | 장경태, 이정숙 옮김 | 대한미디어(2017)
참고: <Fascia: 근막의 이해와 새로운 접근> Robert Schleip 지음 | 계장근 옮김 | 엘스비어코리아(2014)
참고: <근골격계 통증의학, 전2권 - 2판> Ludwig Ombregt 지음 | 대한임상통증학회 옮김 | 한미의학(2008)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 페이스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