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하나가 된 상태
대폭발이라는 운동으로 탄생한 우주가 138억 년이 흐른 지금, WMAP 관측위성은 우주가 편평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플랑크 위성은 전례 없는 정확도로 우주배경복사를 다시 측정해, 빅뱅 이론이 옳았음을 더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공간을 늘이는 불가사의한 작용을 한다고 추정되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일지도 모를)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68.3%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이 중력과 더불어 은하를 한 곳에 묶어두는 신비한 존재인 ‘암흑물질(Dark Matter)’이 26.8%. 만약 중력에 영향을 주는 암흑물질이 없다면 우주는 제대로 된 구조를 이룰 수 없을뿐더러 중력만으로 태양계를 우리 은하에 잡아둘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빛을 포함해 우리가 아는 ‘물질(Matter)’은 4.9% 정도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1] 이쯤 되면 우리를 포함한 항성과 은하는 우주라는 거대한 스크린 속 단역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우주는 단지 세 가지 기본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 우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재료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물질. 질량을 가진 덩어리 같은 것 말이다. 물질은 발아래 땅에서부터 저 바깥의 우주 공간에까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존재한다. 먼지, 바위, 얼음, 액체, 광대한 성운, 수십억 개의 태양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별들의 소용돌이, 이 모든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넓은 거리까지 퍼져 있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에너지. 우리는 에너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매일 접한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보면 얼굴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은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플라스마 덩어리의 태양에서 생성된다. 이 엄청난 우주 등불이 뿜어내는 막대한 양의 빛 에너지는 수소 원자들이 결합해 헬륨을 형성하는 ‘핵융합 반응’에 의해 탄생한다.
만약 태양이 1초 동안 내뿜는 에너지를 어떻게든 모두 거둬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약 5억 년 동안 지구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다.[3] 에너지는 우주 전체로 확산되며, 우주가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유지시켜준다. 우주는 에너지로 연결돼 있다(가장 최근 에너지 목록에 추가된 것이 암흑에너지).
물리적으로 에너지는 물체를 움직이거나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말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된다. 열ㆍ전기ㆍ물리 에너지처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에너지와 화학결합이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가 그것. 모든 형태의 에너지는 특성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와 위치에너지(Potential Energy). 다시 말해
에너지는 운동성(움직임)과 위치성(정지)이라는 양면이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로 앞으로 얘기할 존재의 근원이기도 하다. 비탈을 굴러 내려오는 공이나 생체막을 통과해 움직이는 분자들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운동에너지의 예이다. 비탈의 꼭대기에 놓인 공은 비탈을 내려가기 시작할 수 있는 위치, 즉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화학결합에서 위치에너지는 결합을 형성하고 있는 전자의 위치에 저장된다.
이제 물질과 에너지가 준비됐다! 우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세 번째 재료는 공간.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로 아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어떠한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는 고요하고 평탄하다. 하지만 태양과 같은 물질이 그 위에 놓이면 그 공간은 뒤틀리고 휘어진다. 이 뒤틀림 현상이 바로 중력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중력 조차도 중력을 전달하는 매개체는 공간 그 자체인 것.[4] 우주 어디를 보더라도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고 그뿐만 아니라 언제나 그보다 더 넓은 공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공간은 만물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인 것이다.
밤하늘: 우주에 대하여 많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우리 우주가 대부분 비어 있다는 것을 안다. 우주에는 전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사실 많은 것이 있지도 않다. 은하수에 존재하는 수억 개의 별들을 보면 어쨌든 빛보다는 칠흑 같은 어둠이 훨씬 더 지배적이며, 그럼으로써 그 무시무시한 텅 빔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데, 이 텅 빔은 17세기 프랑스의 철학과 파스칼을 거의 절망으로 몰아넣을 뻔했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인식하며, 내가 지금 가령 저기가 아닌 여기에 존재하는 까닭도 알지 못한 채 이 광대한 우주의 한쪽 구석에 속박되어 묶여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사방으로 무한을 인지한다. 이 무한은 나 자신을 마치 하나의 원자와 같이, 하나의 그림자 같이 둘러싼다.”
파스칼은 이 텅 빈 공간의 어마어마한 침묵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금 처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적인 동요 속에서 그는 자신의 해석적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던 중대한 문제 하나를 간과했다.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 질문이란 왜 밤에는 어두워지는가 하는 것이다.
–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의 《또 다른 교양》 중에서[5]
그런데 이 모든 물질, 에너지, 공간이 어디에서 왔다는 것인가?[6] 이에 대해서는 20세기가 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한 사람의 통찰로부터 답을 얻게 되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깨달은 굉장히 특이한 사실은 우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재료인 물질, 즉 질량과 에너지가 기본적으로는 같은 것이며, 이를테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이 설명하는 내용은 에너지를 물질(질량)로, 또는 그 반대로 생각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공식은 아주 작은 물질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으며, 원자폭탄을 통해 사실로 입증되기도 했다. 이는 원자가 사실은 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7] 따라서 우리는 우주의 재료가 세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즉 에너지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E=mc2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은 그 논문이 아니라, 몇 달 후에 발표된 짤막한 보충자료에 들어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이식에서 E는 에너지를 나타내고 m은 질량, c2는 빛의 속도를 제곱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식은 질량과 에너지가 동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질량과 에너지는 존재의 두 가지 형식으로 에너지는 물질을 해방시켜주고 물질은 준비된 상태로 기다리는 에너지라는 뜻이다. 빛의 속도를 제곱한 것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 식에 따르면, 물질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양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특별히 건장하지 않더라도 평균 체격을 가진 성인이라면, 몸속에 적어도 7 x 10의 18승 joule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대형 수소 폭탄 30개 정도가 터질 때 에너지와 비슷하다. 물론 그런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런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우라늄 폭탄의 경우에도, 그 속에 포함된 총에너지의 1% 이하를 방출시킬 수 있을 뿐이다.
–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중에서
그러면 이 모든 에너지와 상상할 수 없는 공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둘은 빅뱅이라고 부르는 대폭발로 탄생했다. 에너지로 가득 찬 우주 전체가, 이 어마어마하고 광활한 공간과 그 안에 든 모든 것이, 어떻게 무無에서 그냥 나타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우리 우주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이한 성질 중 하나와 관련이 있다. 빅뱅 때 어머어마한 양의 '양 에너지(Positive Energy)'가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같은 양의 '음 에너지(Negative Energy)'도 만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양과 음은 합쳐져 항상 0이 된다. 이것은 또 다른 자연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음 에너지는 전부 어디에 있는가? 이 음의 에너지가 바로 우주를 만드는 세 번째 재료이다. 그것은 공간 안에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중력과 운동에 관한 자연의 법칙에 따르면 공간 그 자체가 음 에너지의 어마어마한 저장소이다. 우리가 공간을 바라볼 때 마치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자역학, 즉 미시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에너지 파동(Wave)은 공간에서 작은 입자를 생성하며 모든 입자에는 그에 상응하는 반입자가 존재한다. 하나는 양 에너지를 지니며 다른 하나는 음 에너지를 지닌다. 새로 생성된 이 한 쌍은 충돌하며 사라진다(이처럼 입자의 쌍들이 생성되는 것을 '양자 요동(진공 요동)'이라 한다. <無의 움직임>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공간은 모든 것이 더해져 0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보장할 만큼 엄청나게 광활하다. 우주는 음의 에너지를 저장한 어머어마한 배터리 같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물질과 에너지 같은 사물은 양의 측면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물의 음의 측면은 공간 전반에 걸쳐 퍼져 있다. 우리는 양과 음이 더해져 0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우주가 태어날 당시에는 원자보다 작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사실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우주 자체가,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광대하고 복잡한 우주가, 자연의 법칙을 위배하지 않고도 그냥 생긴 뒤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공간이 팽창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풀려나게 되고, 공간은 장부의 계산을 맞추는 데에 필요한 음의 에너지 전부를 저장하는 장소가 된다. 왜 몸과 마음이 당신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곳의 영향을 받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동아시아의 고유 사상 중 하나인 풍수風水는 땅과 공간의 해석을 통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다룬다. 이를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존재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기본 요건, 즉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상호 연관된 체계를 이룬다. 이것을 중력이론으로 융합시키는 법칙을 발견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인간이 수백만 년 지구에 적응하면서 발달시켜온 감각기관을 초월해 오직 뇌로만 발견해낸 세기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1915년 탄생한 (마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가 그린 허공에 떠 있는 《피레네의 성》 같았던) 그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한 번 더 증명해준 사건은 100년이 지난 2019년 4월 10일 일어나 전 인류를 들뜨게 만들었다. (한국의 천문학자들도 연구에 참여한) 인류 최초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M87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블랙홀, 정확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선명하게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시간ㆍ공간ㆍ물질ㆍ에너지가 서로 다른 절대적 물리량이 아니라 서로 변환할 수 있는 상대적 물리량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시간은 공간과 같은 물리량이다(시간 = 공간).
2. 질량을 가진 물질은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에너지 = 물질).
3. 질량이 있는 물질 주변의 공간이 휘어진다(물질 = 공간).
이 네 가지 모두는 태초의 우주 탄생 시점 한 곳에서 나왔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작용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모두를 완전하고 조화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영화《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처럼 시공을 초월해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담당하는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블에 등장하는 수많은 슈퍼히어로와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유일한 히어로이다.
현실에서 수련을 한다고 해도 그런 초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식사조절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신감, 생산성, 행복감 등을 갖게 해 노화예방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미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과정과 관계 속에서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사유체계인 유기체 철학(Philosophy of Organism, 과정 철학Process Philosophy)의 알프레드 노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역시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통일체, 즉 시공간적 연속체로 생각했다. 또한 “자연은 과정과 관계의 망Nexus일뿐”이라며 자연을 상호보완적 관계망의 총체로 정의했다.[8]
이로 인해 이제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역동적인 변화의 ‘장(Field)’을 이해할 때에만 구별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사유는 동양 우주론과 양자역학의 관계성과 전체성에 맞닿아 있다. 이점에서 동양의 ‘우주宇宙’라는 개념은 매우 양자역학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동양 고대인들이 시간과 공간을 하나인 것으로, 즉 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宇’라는 개념이 사방과 상하로 이루어진 공간을 가리킨다면, ‘주宙’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의미한다. 결국 고대 동양인들에게 있어 우주란 삶이 펼쳐지는 시공간의 지평을 함께 나타내는 의미였던 것.[9] 그리고 우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Universe는 ‘하나’를 뜻하는 라틴어 unus와 ‘어떤 상태가 되다’라는 뜻의 vertere의 과거분사 verse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주의 기본적인 의미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 상태 Everything turned into one
가 된다.[10] 양자역학에 의해 공간의 비국소성(Non-locality)[11]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를 포함한 우주 전체는 어떤 식으로든 얽힌 관계가 아닐까 하고 상상하는 것은 전혀 허황한 게 아니다. 하나의 칼슘 원자에서 방출된 두 개의 광자(Photon, 빛 입자)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태초에 한 지점에서 탄생했다. 우주의 근원까지 추적해 들어간다면 모든 만물은 양자적으로 얽혀 있다는 양자론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빅뱅에 의해 시간ㆍ공간ㆍ물질ㆍ에너지가 한 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하나이며 지금 우리의 눈에 다른 지점으로 보이는 공간도, 빅뱅이 일어나기 전에는 동일한 지점이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의 “자연은 ‘하나’이다”라는 말 덕분에 오늘날 자연을 이만큼이나마 설명할 수 있다.
이 말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실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질의 기원에 대한 질문과 이 물질을 결합하는 힘의 기원에 대한 질문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질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감각이나 정밀 도구를 이용하여 이해하든 말든 간에 자연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즉 우주는 ‘하나’이다. 138억 년 된 우주의 언제, 어디에도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12]
또한 우주에 속한 우리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말해준다. 분리하면 해결하기 힘든 많은 질환들이 하나로 보았을 때, 환원주의에 매몰된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운동ㆍ식사조절ㆍ환경개선 등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구와 인간을 하나가 아닌 분리시켜 생각해온 결과 전 지구적으로 환경파괴가 심각하다. 이는 인류를 포함해 지구 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는 불교 경전 중《화엄경華嚴經》의 근본사상인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즉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인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쩌면 우주 만물은 ‘하나’를 초월한 어떤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제가 좋아하는 영어 문장에 'One for All, All for One' 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의미로 《화엄경》 법성계에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가르침입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입니다.
- 법정 스님의《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중에서
몸도 자연: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주는 자연과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우리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모든 것, 철학이 비아(非我)라고 구분 짓는 모든 것, 자연과 인공, 타인과 나의 육체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의《자기 신뢰의 힘》 중에서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이자 과학철학자로서 고전적 양자역학의 교과서를 완성한 막스 야머(Max Jammer, 1915-2010)는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의 양자론적 우주관을 ‘관계성(Relationship)’과 ‘전체성(Wholeness)’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관계성이란 관찰자 및 관측 장치와 관측 대상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 뜻이다. 또한 이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이 전체성이다(데이비드 봄과 존 스튜어트 벨도 양자역학을 통해 전체론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우리 우주는 부분을 전체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망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보어의 ‘상보성 원리’나 몸과 마음 역시 유기체적 패러다임으로 연결된다. 결국 양자역학은 관계성과 전체성을 본질로 하여 우주를 하나의 관계망 속에서 파악하는 관계론적 우주관과 자연관을 제시한다. 이는 고전역학에 제시하는 기계론적 자연관과 우주관에 대비된다.
다시 말해 우주는 부품들로 분해하거나 조립할 수 있는 거대한 시계 혹은 각각의 재료라기보다 모든 부분이 전체와 분리 불가능한 거대한 유기체적 관계망의 총체인 것이다. 이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가《순수의 전조》에서 표현한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안에 무한을 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는 시적 감수성으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
■ 다음 연재 글: <운동 안내서>는 매주 1회 업데이트 됩니다.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시작은 Movement
• 질서와 무질서
[1] <플랑크위성 관측결산: ‘138억년 우주진화’ 재확인> 사이언스온, 2014.12.9
[2] p26, 전자책, 스티븐 호킹의《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중에서
[3] p14, 전자책, 크리스토프 갈파르의《우주, 시간, 그 너머: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중에서
[4] 브라이언 그린의 <초끈 이론> TED 강의 https://goo.gl/me86bH
[5] p175~176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또 다른 교양》 중에서
[6] p27, 전자책, 스티븐 호킹의《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중에서
[7] p195, 브루스 립튼 & 스티브 베어맨의《자발적 진화》중에서
[8] <양자론적 우주관:비국소성, 관계론적 우주관> 인저리타임, 2017.11.5
[9] “20. 미래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강신주의《철학 VS 철학: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서양 편 중에서
[10] p6, 전자책, 앨런 라이트먼의《엑시덴탈 유니버스: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의 우주》
[11] 저자 주: 양자역학은 비국소성을 가지고 있다. 즉, 한 장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장소에서도 동시성이 있다는 의미다.
[12] p27~28, 하랄트 레슈, 하랄트 차운의《하루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 137억 년간의 생성과 소멸 그 순환의 기록》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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