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생각보다 완벽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완전해 보였다.
의사는 건강을 모른다. 의사는 병을 알뿐이다.
– 변호사 윤철호의 <스스로 몸을 돌보다> 중에서
20년의 투병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지식을 정리한 <스스로 몸을 돌보다>의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963년 시골 촌구석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앞길이 창창했던 스무 살 청년은 그러나 결핵이라는 병을 얻은 뒤에, 병보다 끔찍한 의료 시스템 한복판에 빠졌다. 약은 결핵만 고치고, 나머지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길고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른 질병들이 찾아왔고, 저자는 다시 의료 시스템에 몸을 기대었다.
결과는 죽음의 문턱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단 10분을 앉아 있기도 힘든 몸으로, 그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몸을 돌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확인했다. 그제서야 조금씩 몸이 나아졌고, 마흔이 넘어서 변호사가 되었다.
- 알라딘 저자 소개 중에서
“의사는 건강을 모른다. 의사는 병을 알뿐이다”의 말은 의미는 이렇다. 현대의학은 너무 세분되어 통합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 건강은 세분된 관점으로 보는 게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병의 원인이 감기처럼 바이러스로 특정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많은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는 자신이 전공하고 임상경험을 한 병은 알지만, 모든 병을 알 수는 없다.
게다가 해당 진료과에 있어서도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사 개인마다 실력 차이가 있다. 최첨단 진단 장비가 모든 걸 다 알려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걸 판독하는 건 사람인 의사며 오진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치료법을 모를 수도 있으며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모든 병을 알 수 없으므로 전문성을 위해 진료과를 세분화시켜 놓았다. 근골격계 통증과 관련 있는 과만 해도 양방의 경우 정형외과ㆍ재활의학과ㆍ통증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ㆍ신경과&신경외과ㆍ류마티스내과가 있다. 한방은 침구과ㆍ한방재활의학과ㆍ한방약제과가 있다. 공통으로 물리치료실ㆍ운동처방실ㆍ도수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큰 병원은 협진이 가능하긴 하지만 개인 병원은 이마저도 어렵다.
의사이자 ‘흉선외분화 T세포’ 존재를 발견한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安保徹, 1947-2016)는 통합적으로 보지 않은 현대의학의 맹점을 꼬집었다. 현대의학은 환원주의와 이원론적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지 않고 DNA와 유전자만 들여다보고 생활습관을 분리해서 다루면, 현대의학은 호모 사피엔스 후손들이 앓고 있는 각종 질환을 해결할 수 없다. 서양에서는 오히려 의학이 지나치게 자연과학화한 것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수십만 년 동안 이뤄진 진화의 과정은 우리를 기본적으로 비만인 종으로 만들지 않았고, 당뇨병에 걸리거나 심장병으로 죽도록 만들지도 않았다. 현대에 들어와서 만성질환이 마치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와 현재의 생활습관이 불협화음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원론과 환원주의에 매몰된 현대의학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는 기적처럼 스스로를 조절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회복력도 함께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원론에 의해 분리된 몸과 마음을 화해시켜 오래 전의 균형과 회복력을 되찾는 것이다(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제임스 르 파누는 그의 저서 <현대의학의 역사>에서 의학의 진보는 과장되어 왔으며 질병 양상의 변화에 의하여 더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우리가 치료를 통해 사망을 지연시켜온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감퇴시키는 질병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뇨병, 심장병, 암, 지방간, 수면 무호흡, 성기능장애와 같은 많은 생활습관 질환의 치료는 특효약이 있는 세균성질환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 질환은 의식 있는 의료제공자와 관계없이, 경제적 합리주의자들이 한쪽 눈을 가린 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계한 환경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이루어진 물질적 진보 덕분에 사람들은 간단하고 노력이 들지 않는 작은 기술적 수정만으로 건강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건강에는 자기 스스로 참여해야 한다는 가히 혁명적인 일차 진료의 변화를 요구한다.
– 게리 에거(Garry Egger)의 <생활습관의학: 21세기 생활습관병의 관리> 중에서
2달간 매일 14시간의 과다수면과 극심한 피로를 경험했다. 이후,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지듯 차례대로 근육이 통증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1~2시 밖에 잠을 못 자는 불면증, 치질, 잦은 두통과 편도선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모두가 처음 겪는 증상들이었다. 그런데도 현대의학은 나를 '이상 없음'으로 진단했다. 의사들은 내 몸의 증상에 대해 병명을 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의 증상으로 좀비처럼 지내야 했다.
당시 다녔던 병원은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한의원, 한방병원이었다(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류마티스내과는 조금 뒤에 얘기하기로 하자). 받았던 의학적 검사는 혈액검사, 어혈검사, 소변검사, X레이검사, 척수조영술, 척추등고선촬영, 적외선 촬영이었다.
치료는 통증주사, 근이완주사, 신경치료, FIMS, IMS, 물리치료, 한방치료(침, 뜸, 부항, 약침, 봉침), 테이핑. 처방받았던 약은 근육이완제, 수면제, 항우울제, 한약이었다. 몇 년 후 FDA 승인이 난 근섬유통 치료제도 처방을 받았다. 몇몇 부위 근육 통증을 완화하는 것 외에는 거의 모든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
또 통증 부위가 너무 많다 보니 전부 치료를 해주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병명을 진단받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답답했다.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게 아닌가. 어쨌든 좀비가 된 상태에서도 넋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태가 나아지는 밤이 되면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초의학 및 통증 전문서적을 사 보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트라벨, 사이몬스의 통증유발점의 기전과 치료 1권, 2권>, <개원의를 위한 통증사냥법> 같은 책들도 있었다.
내 몸 증상을 기준으로 키워드를 압축했다. 우선순위는 극심한 피로, 14시간 과다수면, 근육통증, 불면증, 잦은 두통과 (편도선염이 아닌) 편도선 통증, 무기력감. 이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근육통증이었는데, 통증 부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각각의 근육통증 기전을 알아내야 했는데, 특히 방사통의 경우는 그러했다.
예를 들면 두통의 원인이 되는 근육을 찾는 것이다. 이를 ‘근(육)긴장성 두통’이라고 하는데, 목과 머리 주위 근육이 긴장해서 두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목빗근(흉쇄유돌근), 목갈비근(사각근), 앞머리근육(전두근), 옆머리근육(측두근), 등세모근(승모근)이 경직되면 신경을 압박해 두통을 일으킨다. 어떤 근육이 두통을 일으키는지 찾아야 한다. 한 근육이 두통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러 개가 동시에 일으킬 수도 있다.
2003년 당시만 해도 나는 푸샵.com 온라인 트레이너로 생리학, 운동생리학, 해부학, 운동영양학, 운동심리학, 트레이닝방법론 등 운동과 영양에 관련된 분야만 공부해왔다. 하지만 병명을 몰랐기에 기초의학부터 시작해 신경학, 응용근신경학, 정형외과학, 재활의학, 통증의학, 병리학, 면역학, 조직학, 심리학, 심리신경내분비학 외에 뇌과학, 스트레스, 호르몬, 피로와 근육통증을 다룬 책을 사서 내 몸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했다(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니 지금까지 사서 본 책만 약 1,460권에 이른다).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됐다. 피로가 주 증상인 만성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CFS), 통증이 주 증상인 근섬유통 증후군(Fibromyalgia Syndrome, FMS)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극심한 피로와 과다 수면이 먼저 시작되었고, 2달간의 좀비 상태로 보낸 후에 근육 통증이 시작되었다. 이후에는 피로가 더 우세할 때도 있고, 통증이 더 우세할 때도 있었다. 과연 어느 쪽이란 말인가? 문제는 피로와 통증뿐만 아니라 다른 증상도 겹치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둘 외에도 다발성근염(Polymyositis), 근막통증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 류마티스다발성근육통(Polymyalgia Rheumatica), 류마티스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sm) 등의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된다고 전문가들도 이야기한다. 사실 두 질환의 증상이 거의 같아서 따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의아스럽긴 했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증상은 같거나 비슷한 데 질환명이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근육과 관련된 질환들이 그랬다. 어쨌든 갑상선기능 이상 및 다른 질환이 없다는 전제하에 두 질환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당시엔 희귀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일반 병원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질환이었으며,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를 찾기도 어려웠다.
명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도 없고, 해결 방법도 없는데 검사는 이상 없음으로 나오니 양한방 의사들도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의사로부터 확진을 받고 싶었다. 내가 내린 결론이 만성피로 증후군이 아닌 근섬유통 증후군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의학적 검사로는 이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의학 논문에 게재된 감별법은 2가지 정도였는데 운동과 수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운동해서 증상이 조금 개선되면 근섬유통 증후군, 반대로 운동으로 피로도가 더 가중되면 만성피로 증후군이었다. 수면의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반면 근섬유통증후군은 충분한 자도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의학이 과학적 체계라는 게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학은 생각보다 완벽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완전해 보였다.
우리는 의학을 지식과 처치가 질서정연하게 조화를 이루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의학은 불완전한 과학이며, 부단히 변화하는 지식, 불확실한 정보,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들의 모험이며, 목숨을 건 줄타기이다. 우리 일에는 과학이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또 습관과 직감, 때로는 단순한 낡은 추측도 있다. 우리가 아는 것과 우리가 목표하는 것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꼬이게 만든다.
- 의사 아툴 가완디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중에서
그간의 검사 결과, 증상 등을 정리해서 집 근처 재활의학과를 방문했다. 왜 재활의학과였냐면 2달간의 극심했던 피로는 많이 나아졌고, 근육통증이 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겪은 증상들을 적은 A4용지를 의사에게 보여주었다. 읽어본 후 책장에 있던 책을 하나 꺼내 뒤적이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근섬유통 증후군’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확신이 없어 보였다. 그도 증상의 환자를 경험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직감했다. 결국 통증이 심한 있는 부위만 치료를 몇 차례 받았을 뿐이다. 나는 확진을 받고 싶었다.
결국 근섬유통 증후군을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단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류마티스내과일까? 류마티스내과는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 등 자가면역질환을 다루는 과다. 의문스러웠다. 내가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근섬유통 증후군은 1976년까지 객관적인 진단 부족으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관절염에 반대되는 비관절성 류마티즘이나 심인성 류마티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목동에 있는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진료과목 중에 근섬유통 증후군이 적혀 있었다. 뭔가 해결책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혈액검사를 통해서 갑상선 기능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검사상으로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이어 근육 몇 군데 촉진하면서 압통점을 확인했다.
(이미 공부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근섬유통 증후군은 근육 촉진이 가장 중요한 진단법이다) 압통점이 11군데 이상이었고 의사는 ‘근섬유통 증후군’으로 확진을 했다. 14시간의 과다 수면이 시작된 이후 5개월 만이었다. 약을 처방받았고, 치료도 병행되었다. 그런데 처방받은 약은 항우울제였고, 치료법은 기존에 받았던 치료와 차이가 없었다. 왜 항우울제를 처방했을까?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우울증 환자들이 근섬유통 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차도는 없었다.
내 목적은 치료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의사라는 전문가로부터 내 몸의 증상들에 대해 정확한 병명을 듣고 싶었다. 의사가 확진했으니 해결책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몸 그리고 마음에 대해서 더 공부하기 시작했고,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특정 질환이 발생했을 때 의사에게 무조건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실 자신의 병에 대해 A4 한 두 장 정도만 공부해도 알 수 있다. 요즘은 전문적인 자료가 온라인에 차고 넘친다.
헬스클럽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운동 상담을 통해 그들의 병력사항과 건강 이력에 관해 듣게 된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운동 상담을 했던 40대 남성과 여성이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피로와 통증을 줄이고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을 하려고 헬스를 등록한 것이다.
이 두 사람 외에도 지금까지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수년간 자신의 병명도 모른 채 이 병원, 저 병원 다녀야 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몸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의사도 모르는데 자기가 어떻게 알겠냐며 항변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몸이 아니라, 내 몸뚱이 그냥 대충 사용하면 되지 뭘 더 알아야 하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몸뚱이가 피로하다고, 통증 때문에 힘들다고, 우울하고, 무기력하다고 하소연 한다. 하지만 현대 의학도 쉽사리 해결책을 알려주지 못한다.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없다는데, 몸은 아파고 힘들다는 사람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지만 자신의 증상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을 듣지도 못했고, 치료나 처방도 효과가 없는 답답함. 무기력과 우울감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과 피로 때문에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고 괴로워했다. 건강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더욱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우리가 지닌 균형과 회복력을 찾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의사가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아과 의사로 두뇌 계발 프로젝트(Project Head Start)에 참여해 국가 의학 감독관을 맡아 활동했고, 일리노이 의대를 비롯한 많은 학교에서 예방의학과 지역보건학 등을 가르쳤으며, 시카고 마이클 리세 병원 원장을 지낸 로버트 S. 멘델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병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환자는 의사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맡긴다. 병원에 가는 것도 실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지 않고 의사가 가르쳐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소중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의사가 병이라고 말하면 병, 정상이라고 말하면 정상 - 이런 식으로 의사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지어 주길 바라고 있다. 환자는 의사가 마음대로 정한 기준에 쉽사리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원래 건강에 대해 가장 무지한 게 의사이다. 의사가 받아온 교육은 건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병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 검진에서도 실지로는 이상이 없는데 '이상 있음'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의사에게는 있다. 그것은 의사가 하는 일이 건강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징후를 발견하는 것이어서, 인체의 생리에는 건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양면이 있어 그것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과 병은 의사의 생각과 사정에 따라 어떻게라도 해석될 수 있다. 약의 조절은 의사의 처방 여하에 달려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환자의 주치의가 의도하는 대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내릴 때, 의사는 정상 범위에 드는 것까지 경계성 고혈압에 포함시킨다. 이렇게 해서 상당한 양의 독한 약이 고혈압 치료라는 명분으로 사용하게 된다.
- 의학박사 로버트 S. 멘델존의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어느 의사의 고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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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스로 몸을 돌보다: 제도권 의료 시스템의 덫을 넘어> 윤철호 지음 | 상추쌈(2013)
참고: <생활습관의학: 21세기 생활습관병의 관리> 게리 에거(Garry Egger) 지음 | 생활습관의학연구회 옮김 | 범문에듀케이션(2012)
참고: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 김미화 옮김 |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2003)
참고: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 남점순 옮김 |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2000)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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