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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Dec 19. 2017

무언가를 잘 안다는 것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물 혹은 생각에 대해 얼만큼 이해를 하고 있어야 우리는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아는 만큼 몰라진다'.


처음에 지식이 설익은 때에는 사실 그것을 이해하는 게 그리 대단한 게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대충 조금만 더 하면 이제 상당한 이해의 폭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배움의 어느 변곡점을 넘어가면서부터이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제 내가 진짜 아는지 모르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논리의 구조, 상황의 파악,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속에서 내가 아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진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 왔으면 이제 멈출 수가 없다. 계속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생각하는 재미’를 밑반찬 삼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땐 인간은 그렇게 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늘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모르는 영역을 어떻게든 해석해보려고 애쓰도록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늘 배움에 목말라하고, 정체되어 있는 상태를 못 견뎌한다.


나 또한 그렇다. 호기심이 생기면 안 찾아보고는 못 배긴다. 어떻게든 나름의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근데 그 결론이 끝이 아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때는 또 다른 생각이 난다. 또 다른 측면이 보인다.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고 문헌을 뒤적거리고, 사람들과 토론을 한다. 그렇게 해서 또 개인의 역사라는 책에 한 줄 추가해서 써 내려간다.


인간은 아무래도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을 좀이 쑤셔서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뭐라도 해야 한다. 게임을 하든, 대화를 하든, 하다못해 집안일이라도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환기시켜야만 한다. 아무리 게으름을 사랑하는 청춘일지언정 24시간 내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숨만 쉬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인터넷에 들락날락거리며, 카톡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사람은 끊임없이 주고받고, 생각을 발전시켜나갈 때 행복감을 느낀다. 어쩌면 그게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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