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나이도 된 것 같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마음을 손쉽게 내보이고 아니면 말지 하는 그런 시기는 이제 저 어딘가로 흘러가 버린 것 같다. 이제 보다 신중하게 혹은 덤덤하게 그저 차분히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관찰하고, 그리고 때가 무르익었을 때 밝히고 싶다. 너를 좋아한다고.
빠르게 감정을 일으켰다가 빠르게 감정이 식어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 사람에게도 상처였겠지만, 나 또한 그런 현실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건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우리는 처음 만난 날 새벽 4시까지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뭐가 그리 서로 궁금한 게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우리의 마음은 현재를 배반하여 저 너머 깊은 곳에 침잠해버렸다. 내 마음이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였으면 좋았을 텐데, 마찬가지로 너의 마음도 정해진대로 움직여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인연이라는 건 참 쉽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마음속 깊이 파악하기 전 자신의 상식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또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의 행동을 평가하니, 오해가 쌓이고 서로 불신의 벽이 높아진다. 또 그 반면에 아직 애정의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아 손쉽게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 거라고 하나 보다. 어차피 안될 이유가 수만 가지인데 길거리에 수많은 연인이 서로의 손을 잡고 꿀 떨어지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걸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오늘 한걸음 옮겨본다. 내 진심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 진심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60억 인구만큼 60억 개의 색깔이 있고, 어떤 색깔은 나를 만나면 더 빛나기도 하고 어떤 색깔은 나를 만나면 그 어두움이 더 짙어지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숙제다. 내가 원하고 상대방도 나를 원하는 ‘타이밍’이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해본다. 과연 적절한 시점이란 언제일까.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그때는 과연 언제일까. 왜 우리는 각자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할 수밖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