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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y 05. 2018

참치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최소 몇 번은 먹게 되는 음식

친구 S군과 술을 한잔 했다. 오늘의 안주는 참치회. 2013년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참치회를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한 10번 정도는 먹은 것 같다. 소주랑 궁합이 아주 좋다. 소주 한잔에 참치 한 점씩 먹다 보면 소주 2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다. 


친구는 참치횟집이 처음이라고 했다. 조금 신선한 충격. 당연히 내 나이 때의 술 좋아하고 회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소 몇 번이라도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이라고 하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사무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워드와 엑셀은 어느 정도 쓸 줄 안다고 생각한다. 또 성인이 된 지 10년 정도 지났으면 당연히 스테이크 집에 가서 고기 좀 썰어보고 캠핑 가서 고기 좀 구워봤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특정분야에 스테레오 타입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했을 법한 경험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정의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의가 깨졌을 때 우리는 그 정의를 깨지게 만든 당사자를 ‘비정상’이라고 취급하게 된다. 아니 그것도 안 해봤어? 그동안 뭐했어? 등. 사실 들어보면 분명히 그만의 사정은 있다. 여차 저차 한 사정으로 그동안 그럴 기회가 없었어. 들어보면 말이 된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근데 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와중에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많은 이해관계를 충분히 들을 만큼의 아량과 시간이 없다. 


수많은 것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 내려야 한다. 그저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는 나한테 당연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당연한 것’들에 대한 공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강한 내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 어쩌면 뻔한 오해들이 만나서 사회를 이루고, 겉으로의 화목이 형성되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너무 빠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애초에 그렇게 생각해먹도록 진화된 탓일까. 답은 잘 모르겠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버리고, 충분한 설명을 듣더라도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많은 경험을 했어도, 결국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더라도 사실 우리는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작은 술집에 붉은 조명을 켜놓고 삼삼오오 대화를 하고 있어도 결국은 타인이 아닌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인가. 우리는 아마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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