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May 13. 2018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붐비는 술자리, 많은 남자와 여자가 술을 나누며 말을 섞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주위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며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누군가는 그를 따라 조용히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있다.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나를 드러내가며 나를 어필하고 그에 따른 주변의 시선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함이다. 어찌 보면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가끔씩 그런 오버스러운 행동은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누군가의 눈에 띄어 좋은 만남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누구나 뻔히 말하는 그 세월이란 놈이 흐르고 보니 더 이상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누군가에 시선을 받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저 한 사람의 청중이어도,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나도 그저 웃고, 박수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면 그걸로도 좋다. 점점 삶에서 ‘내’가 지워지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더 이상 나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고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내가 운 좋게 가진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환원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내가 운 좋게 누린 몇몇 혜택을 그러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운 좋게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리 못생기지 않았으며 적당한 키에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있다. 또 정말 감사하게도 곧잘 돌아가는 머리를 받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그동안은 못내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더 가지지 못함에 집중하여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마음을 꼬집었다. 


이제는 괜찮다. 더 이상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으려 들지도 않고, 마음을 사기 위해 무절제한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에 감사하고, 또 누군가와 내가 가진 것을 사심 없이 나누며 마음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족하다. 사실 참 짧은 인생이다. 그렇게 느낀다. 생각보다 지내온 날은 많고 앞으로 지낼 날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치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