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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y 20. 2018

두 번째 초코파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서 먹은 초코파이. 그 초코파이는 내가 생각한 맛 그대로였다. 내가 상상했던 그 식감, 맛, 촉감을 모두 충족시켜 주었다. 역시 내게는 초코파이가 최고였다. 일단 초코파이가 나와 함께한다면 다른 것은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또 초코파이를 발견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처음 먹었던 그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맛있었다. 그때 느꼈던 식감, 맛, 촉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엔도르핀은 그만큼 솟구치지 않았다. 그냥 매우 맛있는 과자를 먹은 정도의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몽쉘이나 오예스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몽쉘, 오예스의 맛은 내가 알고 있던 과거의 맛 그대로였다. 간절하게 원해서 얻었던 초코파이인데, 그리고 여전히 다른 것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초코파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가 간식시간에 내게 따뜻한 미소로 건네준 초코파이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아주 귀한 물건이기 때문에 좀처럼 쉽게 얻을 수 없었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 꿈에 그리던 맛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상이 나를 자극시켰던 걸까? 진짜 내가 알고 있는 초코파이 맛과 현재 내가 느끼는 초코파이 맛은 다른 것일까? 나는 무엇을 그리도 애타게 찾았던 걸까? 과거의 생각은 과장되고 증폭되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상상 속에서 창조해냈던 것은 아닐까? 그럼 이제 어느 방향으로 어떤 맛있는 것을 새로 찾아야 하는 걸까? 


오랜 시간에 걸친 간절한 꿈을 이룬 내게 꿈의 뒷부분은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지금까지 간절히 원했던 실체가 내 눈앞에 펼쳐지고 나니 그것은 더 이상 화려하지도 못내 그리워하지도 않게 되는 평범한 그것에 불과했다. 결국 초코파이는 초코파이일 뿐이었다. 아마도 나는 새로운 맛을 찾아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실제로 초코파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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