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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29. 2018

염려증

뭔가 잘 되고 있을 때에도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지 불안하다. 

오늘 하루가 잘 풀리면 뭔가 잘못된 거는 아닐까 하고 괜스레 불안하다. 

여자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이 사람이 왜 나랑 사귈까 하고 괜히 불안하다.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언젠가는 늙어 죽을 생각에 불안하다. 


즉 이놈의 불안병은 상황이 언제나 괜찮더라도 해소되질 않는다. 


늘 오늘을 즐기며 살려고 하지만 인간인지라 당장 내일, 다음 주, 다음 달을 아예 안 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하다 보면 조금의 가능성,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부정적인 상황이 예견되거나 하면 또 걱정이 된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문제가 커지면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등등 


딱히 답이랄 게 없다. 예전에는 이런 불안증 성향을 극복하려고 무던한 애를 쓴 적도 있었지만 어차피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오늘이 있는 한 내일을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아무리 욜로족이라 한들 오늘 아침을 먹으면 점심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그냥 인간은 뇌가 있는 이상 생각을 멈추지 않으므로 그 생각의 일부인 미래 걱정도 필연적으로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또 밉고 견제할 대상은 왜 그리도 계속 생겨나는지. 오늘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김 부장이 퇴사한다고 했는데 이제 박 차장이 슬슬 꼴 보기 싫어지기 시작한다. 인간사 이토록 오묘한데 마치 싫어할 사람이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고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고 싶은 상황이 계속해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 이렇게 북 치고 장구치고 비 오는 날에는 맑은 날 걱정하고, 맑은 날에는 비 오는 날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꼴까닥 하고 숨을 거두지 않을까 생각하니 이 또한 완전 웃기는 자장면이다. 


뭐 그게 삶이라면 그저 받아들여야지 하다가도 괜히 싱숭생숭 해지기도 하고 그렇다. 왜 우리는 이다지도 짧게 살까. 우리가 그토록 얻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정말로 가치 있었을까. 우리는 왜 이다지도 환경에 종속적일까. 당장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면 일주일도 생존하지 못하는 우리네 삶, 또 그런 와중에 독일전 두골에 내 인생이 잠시간 환희에 휩싸이니 이 또한 재미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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