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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l 09. 2018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꽤 풍요로운 날들, 주변엔 사람들로 북적이고, 내 마음의 양식은 날이 갈수록 풍성해지고, 주말에는 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날들. 나도 내가 언제부터 하루를 이런 평온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를 즐기다 보니, 혹은 견디고 견디다 보니 이제 좀 살만해진 것 같다. 마음 한켠에 불안감은 있지만. 언제고 이 평화는 작은 변화에도 깨질 수 있다는 경험적인 무엇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여유롭게 바람을 맞으며 킥보드를 타고 퇴근하는 길도 참 즐겁다. 꽉 막힌 도로, 짜증섞인 표정들에서 벗어나 여수천 부근에서 한가롭게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쳐서인가. 나 또한 뭔가 그 사람들의 여유를 배우고 있는 것만 같다. 


더 웃을 일이 많아졌다. 내 삶에 풍요로움이 넘친다. 아마 근 시일 내에 이런 행복감은 끝나고 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오늘 밤에 끝나버리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일시적이나마 제대로 된 행복감을 느꼈다는 데 만족할 것만 같다.


지난겨울은 조금 쓸쓸했다. 마음속의 한기가 진짜 추위를 만나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다지 웃을 일도, 또 웃고 싶은 날도 없었다. 세상만사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 특별할 거 없는 인생 그저 빨리 쳇바퀴 돌 듯 돌아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요새는 진짜 여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의 손에 혹은 주변 환경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템포를 유지하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런 삶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나는 문제를 던지지 않았으므로 정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저녁노을, 한가로운 풍경, 그리고 예능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 특별할 것 없는 인생에 색깔이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색은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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