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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Aug 19. 2018

술을 마실 수 있는 자유

편의점에 갔다. 딱 맥주 두캔을 샀다. 500밀리 두캔.

한동안은 맥주 4캔에 만원하는 언제서부턴가 편의점에서 상시 행사가 된 그 맥주꾸러미만 구매했었지만 뭐. 어때. 어차피 2캔만 마시면 기분은 좋아지는데.


그리고 한 30분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음악을 들으며 술과 함께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정신이 깨어있는 동안 이렇게 오랜시간 아무짓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보기가 참 오랜만이다. 

이전에는 10분만 가만히 있어도 좀이 쑤셔서 금세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거나 티비를 틀기 일쑤였는데.


아마도 지친 탓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 타협할 수 없는 현실. 현실적인 공동감 속에서 딱히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시간. 들.

어떤 현실적인 암담감으로 다가온다.

앞으로의 일상이 그리 빛나지 않을거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은.


이렇게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7평 공간안에서 잠시 한 1년만 지내볼까.

간간히 브런치에 글이나 올리며 잠시 세상과 소통하는 낙만 가지고 살아볼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든다.


세상이 각박한게 아니고 그 속에 살아가는 내 감정이 각박하다.

메마른 차원을 넘어 마음속에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다.

몸은 배설의 수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

그저 채워내고 비워냄을 반복할 뿐이다.

그것이 감정이든 무엇이든 간에.


조금 오래되었다.

그렇게 삶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것은.

어떤 수치로 드러나는 것과 무관하게 삶의 공동성은 점점 더 심화되어 갔다.

누구도 내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렇듯 진지한 마음으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우리에게 벅차오르는 끝없는 감동을 선사했지만,

반면에 무기력한 권태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이 일을 공론화 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개인의 문제로 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현실적인 세상의 이슈에 가로막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몇 소수의 사람들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슬픔을 남기고.

그다지 긍정적인 수사를 허용하지 못하는 결정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그렇게도 힐링 마케팅이 강요되는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불행으로부터 나의 행복을 찾는 행위.

내 행복은 상대적인 서열로 매겨지고,

수치화되는 시대.

보라카이가 더 나은가, 발리가 더 나은가.

이제 휴가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

예산 안에서 인스타에 찍을 사진의 퀄리티에 따라 휴가의 질이 결정되는 시대.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지만 – 특히 자유라는 – 여전히 인간 본위의 삶의 해석이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가진 것 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환경이 내게 내려준 것 이외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보다 더 나은 삶은 무엇인가.

무엇이 항상적인 혹은 지속가능한 행복을 보장해주는가.


이제는 진짜 책장속의 철학서를 꺼내들 시간이 되었다.

똑같은 고민을 했던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시간이 되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한번 일방적인 대화를 나눠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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