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Oct 09. 2018

결이 맞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이상형의 기준이 점차 모호해진다. 이전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 같은 게 있었는데, 삶을 살아내면서 그 기준에 충족되는 사람과의 연애가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몇 번의 혼란기를 거치며 점차 이상형의 기준이 흐려진다.


그러다 보니 이제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만나야겠다기보다는 일단 내 옆에 있는 누군가와 어떤 순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하게 된다. 설령 내가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내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고 고통이 느껴진다면 그건 이제 no. 삶을 소유가 아닌 보내기(spending)로 접근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냐 보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그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관계의 무게추가 일방적이지 않아 서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서로 자존감을 높여주며, 서로가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그런 관계. 짧은 인생 거시적 관점으로 본다면 어차피 혼자 사나, 둘이 사나 어차피 이 세상에서 사그라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지만, 그래도 기왕지사 이 세계로 여행 온 이상, 마음 편하게 의지할 동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나와 함께하는 누군가는 나의 '첫 번째 동료’였으면 한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조금 힘에 부치는 일이 있어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그런 것. 


굉장히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물론 눈코입부터 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래도 이제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 사람과 나의 마음이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궁금하다. 상대방이 금이라도 그것이 내게 그저 사치품이라면 의미가 없다. 그 사람의 마음과 성품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나와 잘 섞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이러한 관점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지나갔던 그 많은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비록 연이 닿지 않아 끝까지 함께하진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늘 감사함을 품고 살아가려고 한다.


인연이 뭐 특별할 것도, 엄청난 쾌락을 보증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내면의 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