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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Feb 10. 2019

글에도 리듬이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한 호흡에 쓴다. 세월을 살아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농축시켜왔다가, 무의식에 나를 맡겨 왔다가, 글을 통해 한번에 풀어낸다. 하나의 글은 하나의 긴 호흡과 같아서 리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4분짜리, 5분짜리 공연을 보듯이, 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자연스레 자기 전에 아무렇지 않게 리듬을 타며 읽는 글을 쓰고자 한다. 부드럽게 리듬을 타고 따라가다가 어느새 결론에 이르는.


초안을 작성하고 곧바로 퇴고를 한다. 내가 첫 번째 독자라고 생각하고 흐름이 자연스레 이어지는지 계속 읽어본다. 흐름이 이상하면 내가 봤던 여느 책들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맞춰낸다. 때론 주술 구조보다 흐름 자체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읽힐 때가 있다. 나는 그런 글을 쓰는 것을 추구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이 글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나와 함께 공감하는 것이다. 혹은 제대로 인지하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늘 글을 쓸 때마다 자식을 내놓는 기분이다. 글은 생물과도 같다. 혼자서 이리저리 춤을 춘다. 내 의도와 상관없는 말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마치 만화가가 작중 인물을 설정하면 작중 인물이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움직이곤 하듯이.


그런 리듬을 타 내는 것을 즐긴다. 글이란 매개를 통해 내 생각이 춤을 추고,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농축되었던 무언가를 씻어낸 기분이다. 또 다른 출발을 위한 준비가 되는 기분이다. 그렇듯 시원해진다. 그렇듯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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