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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로서 처음 본격적인 글을 썼던 ‘기획자는 결국 사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후로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획자는 결국 사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라는 글은 조악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무려 4천 회가 넘는 공유 수, 3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저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어느덧 2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서비스 기획의 관점에서 기획자가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다시금 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이 지난 2년 6개월 간의 성장의 증거물로 남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가정하고 사고를 진행시켜나가 보겠습니다.
1. 기획의 시작
플랫폼을 처음부터 온전히 기획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A to Z로 서비스를 사업 및 개발의 관점에서 기획해 낸다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경험이 필요한 일이기에 이런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을 ‘스타트업 시니어 기획자’라 부르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사업은 ‘사업 모델을 정의’하면서부터 시작되게 됩니다. 이를 위해
- 우리는 이 일을 왜 하는가
- 이 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 전체적인 그림은 어떻게 되는가
를 먼저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저는 드래프트 작업이라고 부르는데요.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든다면 모델 정의를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작성하게 됩니다.
- 커뮤니티 목적
- 목표
- 주안점
- 오프라인 컨텐츠 목록
- 톤 앤 매너
- UX 전략
- 캐치 프레이즈
이러한 작업은 기획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 작업이 됩니다. 간결하게 정리된 A4 한 장 정도의 드래프트는 향후 작성될 모든 기획서 내용의 기초 근거로서 기능합니다. 마치 헌법이 있고 헌법에 따라 세부 법령이 정해지는 식으로 말이죠.
2. 리서치
가장 기본적인 그림이 그려졌다면 그다음으로 시장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시장 조사가 선행되지 않고 기획을 진행하다가 유사한 모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해당 기획을 대폭 수정하거나 기획 자체를 접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고, 내 입장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사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현황 파악의 관점에서 현재 유사 산업 서비스를 조사하는 것은 필수 과정입니다.
리서치의 또 다른 목적으로는 ‘서비스 톤 앤 매너 파악’입니다. 다른 유사 서비스들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었는지 유저 전환은 어떻게 유도하고 있는지, 전체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미리 선배(?) 모델 들을 분석하고 기획을 하는 것은 전체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을 줍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라면 아래와 같은 사이트를 참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트레바리
2. 탈잉
3. 프립
4. 취향관
5. 소모임
6. 문토
7. 빈업
8. 오픈컬리지
9. 플라이어스
10. 번개장터
11. 원티드
12. 링크드인
13. 브런치
1~9번까지는 커뮤니티 서비스니까 이해할 수 있겠는데 웬 링크드인이냐고요? 저는 평소에 링크드인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링크드인이 갖고 있는 ‘커뮤니티’적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구인/구직의 용도만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업계 현황/단상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았고, 이를 내가 구상하는 커뮤니티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번개장터의 경우에는 소셜 로그인 (간편 로그인)
원티드의 경우에는 사이트 전반적인 구성
브런치의 경우에는 댓글, 좋아요 등 커뮤니티 구성
에 집중하여 참고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굳이 유사 군의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산업군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얼마든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만한 내용을 뽑아내어 사이트 구성에 참조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해도 꼭 커뮤니티 사이트만 참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3. 세부 기획
이제 리서치가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면 세부 기획 혹은 세부 정책 기획이라고 부르는 것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스토리보드 혹은 와이어프레임은 세부 기획이 어느 정도 결정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부 기획은 일종의 도면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도면(세부 기획)도 없이 인테리어(와이어프레임)부터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도면과 완벽히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와이어프레임 작업 도중에 세부 기획이 종종 마이너 하게 수정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정책이 추가되기도 하고요.
세부 기획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담기게 될 것입니다.
가. 구축 전략
이미 유저가 있는 경우라면 유저를 어떻게 신규 플랫폼으로 유인할 것인지,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사항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녹여낼 것인지 대략적으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연착륙되었을 때 후속 스텝으로 어떻게 매출을 발생시키고, 유저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제시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정리합니다.
나. 회원
회원 간의 위계를 정리합니다. 각 회원의 명칭과 권한 등을 정리합니다. 회원은 양 사이드에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웹사이트 회원과 관리자 페이지에 존재하는 회원입니다.
다. 프론트 구축
화면은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으로 구성할 것인지, 대략적인 기능들은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인지를 정리합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이기 때문에 대략 이런 기능들이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 홈 화면
- 스케줄표
- 모임 리스트/상세페이지/신청 페이지/완료 페이지
- 서비스 소개 페이지
- 마이페이지 (내 정보 수정, 공지사항 등)
- 갤러리
라. 관리자 페이지 구축 (어드민)
관리자 페이지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화면을 구성할 것인지, 어떤 기능들이 필요할지를 대략적으로 정리합니다. 관리자 페이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화면 좌측에 GNB를 표시하고 상단에 검색, 하단에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식으로 많이 구성됩니다. 아마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기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관리자 관리
- 회원 관리
- 게시글 관리
- 공지사항 관리
마. 서비스 연동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외부 서비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시 카카오/네이버 연동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외부 서비스 연동을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어떤 기능들이 있을지 고민해서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커뮤니티 서비스라면 첫 번째 전환인 회원가입의 편리성을 위해 소셜 로그인, 그리고 두 번째 전환인 결제의 편리성을 위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더 필요하다면 장소 안내 등을 위해 카카오 맵 등을 연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죠.
바. 서비스 키 컬러
이 부분은 디자이너의 영역이지만 서비스를 총괄 기획하는 입장에서 서비스가 가진 느낌 등을 대략적으로 상상해서 디자이너에게 먼저 색을 제안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원한다면 와인 색을 고려해 본다든지 말이죠.
사. 행정 처리
서비스 기획을 바닥부터 처음 시작한다면 여러 가지 행정 절차 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작업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서비스 이용 약관
- 개인정보 처리 방침
- 상표 등록
- 카카오 플러스 친구 등록
약관 등은 유사 서비스의 약관을 먼저 살펴보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의 유사성을 검토하여 비슷하게 작성하면 좋습니다. 초기 서비스의 경우(유저가 많지 않은) 너무 약관에 신경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본 틀은 갖추어 두고 점차 세련되게 변형시켜나가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신규 서비스의 경우에 상표 등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서 나중에 서비스명 자체를 바꾸어야 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표 등록을 서비스 기획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기에는 번거로운 점이 많기 때문에 상표 전문 변리사에게 의뢰를 하는 것도 답이 됩니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맡길 수도 있고 이런 행정적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진짜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CS 채널 등을 만든다면 카카오 플러스 친구 등록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기타 정책
모임 리스트의 경우 카테고라이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만약 디자인에 바텀 내비(bottom navigation)를 적용할 경우 어떤 페이지에 바텀 내비를 표시할 것인지, 고객 환불 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객 등급이 있다면 등급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 등도 대략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세부 기획을 처음부터 모두 정해두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두고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하면서 보완해가는 식으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세부 기획이 없이 와이어프레임을 바로 작성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4. 와이어프레임 작성
세부 기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합니다.
웹사이트의 경우
- 기본 공통 영역
- Confirm & alert
- 메인 홈 화면
- 모임 (리스트, 필터, 상세 페이지, 신청 페이지 완료 페이지)
- 스케줄
- 갤러리
- 마이 페이지 (신청 목록, 정보 수정, 서비스 소개, 문의하기, 공지사항, 내 등급 확인)
- 로그인
- 회원 가입/탈퇴
- 약관
등의 페이지가 필요할 것이고
관리자 사이트의 경우
- 관리자 관리 (추가/수정/삭제)
- 회원 관리
- 모임 관리 (추가/수정/삭제)
- 공지사항 관리 (추가/수정/삭제)
등의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모든 세부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대략적인 시안을 작성한 후에 프로토타입을 먼저 사업 유관자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 톤 앤 매너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은 후에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작업 로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5. 리뷰
어느 정도 작업이 완료된 후에 후속 작업을 이어서 할 디자이너/퍼블리셔/개발자 등에게 사업과 기획에 대한 리뷰를 실시합니다.
6. 디자인/퍼블리싱/개발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 작업 도중에 작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서비스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에 맞게 잘 작업되고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7. QA
QA는 개발 완료 시에만 하지 않습니다. 디자인/퍼블리싱 영역에서도 면밀한 QA가 필요합니다. 디자인 산출물이 내 의도와 맞는지, 퍼블리싱 영역에서 디자인과의 일치 여부, 인터렉션이 잘 작동하는지 여부도 잘 검토해야만 합니다.
8. 오픈 전 외부 서비스 연동
예를 들어 간편 결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해당 페이 업체 담당자와 연락해서 제안 및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계약 체결, 일정 논의는 보통 기획자가 담당합니다. 페이 연동의 경우 결제 업체 담당자가 사이트 실물을 보고 계약 체결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통 개발 막바지에 페이 업체를 컨택해서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9. 최종 QA / 프리 서비스 오픈
이제 모든 작업이 완료됐습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오픈 직전에 클로즈 배타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지인들을 초청해서 서비스를 자유롭게 써보도록 한 뒤에 플로우/기능상에 문제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10. 서비스 오픈 및 후속 관리
서비스 오픈 뒤에는 사용자가 잘 유입되고 있는지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정성적/정량적 방법으로 트래킹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트래킹을 통해 점진적 개선을 하여 회원가입, 결제 전환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를 재정비하여야 합니다. 트래킹을 위해 GA와 같은 툴을 연동하는 작업은 오픈과 동시에 진행하거나 아니면 오픈 후 가급적 빨리 진행하여야 합니다.
서비스 기획자의 관점에서 하나의 작은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글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 저는 흐름과 방향성에 집중하여 설명드렸을 뿐 디테일한 내용에서는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서비스를 A to Z로 만드시는 경우에 제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