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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Dec 13. 2019

책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

20대가 되고 난 후로 책을 참 많이 읽었다. 몇백 권은 읽지 않았을까. 어떤 때는 어려운 책만 골라 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에세이류만 골라서 읽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취향 같은 것이 생겨나는데, 이성을 많이 만나봐야 자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과 유사하게, 책도 많이 읽어보고 다양하게 접해봐야 내 진짜 취향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알게 된 나의 취향. 나는 그냥 쉬운 책은 별로 읽고 싶지가 않다. 적절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이 좋다. 생각의 이면을 파고드는 책이 좋다. 혹은 놓쳤던 일상을 다시금 되뇌게 해 주는 책도 좋다. 혹은 아직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책도 좋다.


결과적으로 나를 지적으로 한 뼘 더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좋다.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지적 허영심도 충족되고,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도 고취시켜 주기 때문이다. 읽음 그 자체로써 얻어지는 긍정적인 마인드셋은 덤이다.


하지만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갈 때마다 진짜 내 마음에 드는 책은 찾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교보문고만 가도 책이 수만 권은 될 텐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가 어렵다. 어떤 책은 괜찮아 보이나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읽기가 어렵고, 어떤 책은 도입부는 그럴싸했는데, 내용이 영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좋았던 책을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되나 보다. 한번 읽고 서랍장 속에, 혹은 이북 서재 속에 있던 책을 다시금 꺼내어 반복해서 본다. 저자의 문장, 행간을 읽으며 좀 더 깊이 공감해보려고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멘토가 하나둘씩 다시금 생겨나는 기분이다. 문장을 두 번째 읽으니 각인효과가 강화되어 조금 더 똑똑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갈증만큼, 책에 대한 갈증도 존재한다. 늘 좋은 책을 만나고 싶다. 퇴근길에 책 생각 때문에 부리나케 펼쳐 들게 만드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다. 그 책을 만날 때, 저자도 만나게 된다. 저자의 깊은 교양에 감탄하고, 속 깊은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그럴 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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