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욕심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연애에 대한 욕심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그 사람에게 쏟아도 아깝지 않았다.
- 그 사람의 표정
- 그 사람의 눈빛
- 그 사람과 주고받았던 카톡 내용
을 보고 또 보며, 이 사람은 날 좋아할까? 혹은 나에게 관심 있을까?를 수없이 반문했다. 그렇게 아등바등 몇 달을 노력한 끝에, 그 사람은 나와 연인이 되었고 우리는 곧 헤어졌다.
그 이후로 대여섯 번의 연애가 있었다. 뭐,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그저 그랬던 여러 번의 연애.
그리고 지금.
그때 그렇게 수없이 반문하고, 나를 괴롭혔던 열정을 다시금 내기에는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컸다. 희열의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고, 고통의 세월은 깊이 침잠해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끝을 모르는 반성 끝에 도달했던 깨달음의 순간. 어느 정도의 해탈과 성숙됨.
성숙과 등치어는 한정된 에너지 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그때만큼의 열정을 누군가에게 쏟을 수가 없다.
상대의 반응이 없으면 쉽사리 포기해버리고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 그냥 나를 바라봐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 이내 떠난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건지. 아니면 세월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건지.
사실 지금은 그냥 편한, 마음이 편한 연애가 좋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그때의 열정과 브레이크 없이 달렸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으론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