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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01. 2020

2019년 회고, 2020년 바람

1. 2019년 마지막 하늘은 참 맑았다. 다사다난했다는 진부한 말밖에 안 떠오르는 2019년의 수많은 상념들을 일시에 불식시켜주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그토록 구름 한 점 안 보이는 깨끗한 하늘을 본 지가 얼마만인지. 새삼스레 그동안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을 일순간 잊게 만들어준 풍경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하늘을 보고 또 봤다.


2. 2020년은 순리대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은 있되 강요하지는 않는. 그저 흘러가다가 작은 몽우리가 있다면 타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둑이 있다면 결코 그 둑은 넘보지 않으려고 한다.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무리한 것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친화적인 마음을 갖고 365일을 지내보고자 한다.


3. 건강에 대한 염려가 짙어졌다. 이제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닌 것 같다. 만약 10년 후의 내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실소를 머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내 마음은 그렇다. 그 좋아하던 술도 이제는 조금 많이 줄여야겠다. 더 이상 새벽까지 술 마시는 것도 조만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물은 타고나면서부터 오류를 쌓아간다고 했던가, 그 오류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지탱이 안될 때 스러진다고들 하던데, 어쩌면 나도 한창 그 과정 중에 있지 않을까.


4. 글을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요즘처럼 글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든 적이 없는 것 같다. 적당한 우울함은 글쓰기에 있어 적절한 촉매제가 된다. 쓰면서 우울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일상을 살아가며 우울함을 다시금 적립한다. 축적과 해소의 오묘한 선순환이다. 이런저런 글감을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내가 또 어떤 의도를 갖고 글 쓰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언제쯤 쓸지는 나도 미정.


5. 커플이었던 기간보다, 아니 썸을 탄 기간까지 전부 다 포함해도 싱글이었던 기간이 훨씬 더 길었다. 근데 2020년에는 그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보다 더 누군가를 만나는 데 있어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과 물리적 시간도 한정적이지만, 정신적인 애정도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진다. 내 정신력을 괜찮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6. 세상은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 주지는 않더라. 어쩌면 세상 사는 것 자체가 우연과 우연의 결합 인지도 모르겠다. 타고난 성정과 능력, 환경이 적절히 혼합 분배되어 나온 것이 지금의 내가 아닐까. 어쩌면 나는 내 의지보다 훨씬 더 환경에 의존적으로 변해온 동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년도는 조금 더 그런 운이 긍정적으로 작용해보길 기대해본다.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7. 새로운 책을 계속 접하겠지만, 그간 읽으면서 좋았던 책들도 두 번 세 번 읽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난 좋은 것은 계속 좋더라. 영화도, 책도, 음악도, 드라마도, 예능도. 한번 좋은 인상을 가졌으면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찾게 되더라. 어쩌면 사람도 그럴지도 모르고. 발산과 수렴이 적절히 조화되는 한해였으면 한다.


8. 회고 같은 것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지난해는 그간 심심했던 개인사에 비해 유독 사건이 많아서인지 꽤나 혼란스러웠고, 그래서 조금 정리를 하고 싶었나 보다. 사실 2019니 2020이니 해도, 결국은 다 인간이 만들어낸 임의의 숫자가 아닌가. 그래도 인간은 뭔가 맺고 끊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마치 2019년이 끝나면 모든 과오와 실수가 잊혀지고, 모든 것이 2020년부터 새로 시작된다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은 내가 어느 정도 탐구와 탐험을 완료했다고 생각했는데, 2020년에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새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아마 그것은 내게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내면에 내가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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