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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r 20. 2017

글을 쓴다는 것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취미다. 사실 남들만큼 글을 ‘열심히’ 쓰지는 않는다. 그저 책상에 앉아 그때그때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 내려가는 식이다. 소재는 늘 머릿속에 남아있던 무언가로부터 하나씩 꺼내어 가며 글을 써 내려가는 편이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늘 ‘왜’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글의 소재를 발견해나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 늘 사물과 인간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사고가 없었다면 아마 글을 써 내려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늘 뻔한 혹은 남들이 다 할 수(남들이 다 하는 이야기가 나쁘다는 의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있는 글이 아니라 내 색깔이 묻어나는 글을 다양한 형식에 녹여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득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도대체 나는 글을 왜 쓰는 걸까? 그리고 왜 자주 잠들어야 하는 시간에 글을 쓰게 되는 걸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도대체 말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의 결론을 얻게 되었는데 그 결론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1.    글을 씀으로써 세상과 소통한다. 말을 통해서는 전달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생각들을 일상을 통해서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생각에 깊이란 것이 있고 말을 하다 보면 늘 어느 정도 깊이에 도달하기 전에 아쉬운 상황에서 대화가 멈춰버리고 마는 기분이다. 글은 내 내면에 있던 깊숙한 생각을 끄집어내고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동의를 받고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하나의 ‘창구’로서 기능한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었을 때, 혹은 이런 생각을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 그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을 준다.


2.    글을 씀으로써 내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사실 나 스스로도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나는 진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도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나 스스로와 계속 대화를 하고 이게 진짜 내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를 자문자답하면서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속에 마주하고 있는 진실과 마주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이게 내가 지금 이 주제에 대해 갖고 있는 솔직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나를 발견할 수 있다.


3.    글을 씀으로써 잘난 척을 할 수 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스킬셋 중 단연 으뜸이 되는 것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직(경험) 간(글) 접적으로 관찰하고 나. 나만의 것으로 녹여서 다. 논리에 맞게 라. 쉽게 풀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보고 쓰는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도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것들을 잘할 수 있고, 유려하게 풀어낼 수 있다면 이와 같은 고급 잘난 척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소통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내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잘난척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글을 쓴다는 것이 재밌다. 소통의 욕구를 해결하고, 내 생각을 파악하고, 잘난척하기 이전에 재미가 없다면 아마 이 새벽시간에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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