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와인에 빠졌다. 와인은 다른 술과는 조금 다르다. 여러 품종, 원산지, 다양한 조건이 얽혀서 같은 와인임에도 다양한 맛을 낸다. 나는 이것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처음 맛보는 와인인 경우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와인은 어떤 맛일까? 하고. 사실 소주, 맥주, 양주도 맛이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 기준에서는 기성품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는 것 같다. 맥주도 뭐 워낙 브랜드가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와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향, 맛, 바디감, 끝 맛에서 종합적으로 점수를 줄 수 있는 술은 아마도 와인이 유일하지 않을까.
특별히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인의 세계에 점차 녹아들고 있는 중이다. 조금 흠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물론 편의점에서 사는 와인도 그 퀄리티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접하다 보니 5만 원은 예사요 10만 원도 훌쩍 넘어가는 와인을 접하게 되고 그만큼 내 지갑도 점차 가벼워진다. 이것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돈을 떠나서 와인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 그 붉은색의 액체가 잔에 따라질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여느 술과는 조금 다르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또, 장점은 공기와 접촉할수록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나는 이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마치 인간 같지 않은가? 세월의 힘에 녹아내려 풍화가 아닌 자연스레 성숙되는 것. 그렇다. 와인은 인간을 닮아있다. 공기를 만난 와인은 성숙되고, 또 많은 시간이 흐르면 이내 마시지 못하는 와인이 된다. 그렇다, 중도의 느낌을 닮아있다. 그런 느낌, 이런 맛을 통해 또 인생을 음미한다. 인생이 그래서 매력적이다.
나는 이렇게 또 하찮은 술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