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머리로 먹고 산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혹은 지혜를 총동원하여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논리로 먹고 산다.
우리는 안다. 우리 속에서 뇌라는 녀석을 제거해버리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야말로 무용의 존재가 되어버린 다는 것을 말이다.
넷플릭스 다큐에서 빌 게이츠라는 세계 최고의 부자 양반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사고가 멈추는 것이 두렵다고'. 워딩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컨대 뇌가 멈추는 게 두렵다는 것은 비슷하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쌓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다. 내일이면 더 이상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의미가 없어질까 봐, 혹은 더 이상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해 쓸모없는 무언가가 돼버릴까 봐.
그래서 이렇게 불안정한 나의 사고를 붙들어두기 위해 어느 날은 종교를 찾고 어느 날은 어쭙잖은 신념에 기대기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나약한 멘탈의 표본이다. 겉으로는 젠체하면서, 누구보다 똑똑한 체 하면서 속으로는 언제든 잃을지 모르는 그 무언가에 벌벌 떨고 있는 꼴이다.
나는 연차가 쌓이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무섭다. 이 모든 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느껴져서이다.
곧 뇌는 정지할 것 같고, 나는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무언가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사회 초년생들은 앞으로 세상에 자신의 꿈을 떨칠 일만 남았다고 하겠지만, 아니 어쩌면 나도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들인 뜨내기일 뿐이지만 고작 몇 년 지났다고 이렇게 불안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하나의 대표적인 샘플이지 아닐까 싶다.
나라는 존재는 그토록 불안한 존재이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누구나 자기 발 밑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막상 혼자 있는 순간이 오면, 먼지보다도 낮은 자존감을 보이는 존재가 나라는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 그리 우러러볼 것 없다. 혹시 아는가, 그 사람도 혼자 있는 지금 이 순간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을지.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다. 적어도 어떤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나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