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탁 트인 전망, 샘솟는 설렘,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내면의 심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 하늘은 저리 청명하고 확실한 방향을 비추고 있는데 내 마음의 시계추는 방향타를 잃고 그저 표류하는 중이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명확한 지표를 보고 걸어갔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삶에 대한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잘한 것도 없다. 어떨 때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어떤 때는 의도와 생각을 갖고 행동했다. 다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나름 소기의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어떤 이는 내게 마음의 확신을, 또 어떤 사람은 내게 회의와 절망, 그리고 의문점을 안겨주었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이어지지만 내 마음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과거에 갇혀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의 특정 순간에 시선을 뺏겨 그저 침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토록 모순적이고 이상한 생각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