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에서의 낮
첫 행선지는 홍천으로 정했다. 이유는 특별히 없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인데 너무 멀지 않은 지역 중 '홍천'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와 선택했을 뿐이다.
홍천은 매우 넓다. 대한민국 지자체 중 가장 넓다고 한다. 근데 넓은 것치곤 다소 심심하다. 주변에 둘러볼 관광지가 무엇이 있나 하여 한번 살펴보니 엄청 특별한 것은 없다. 조금 평범하다. 대신 내륙의 '고요함'이 있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꼭 특색이 있으란 법은 없지.
여행을 결심하고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내 마음속에 '지금 이런 한가로운 여행을 할 때인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음 한 켠에 자그맣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본능적인 휴식의 필요성과 전국일주를 선택한 내 또 다른 마음을 존중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다 거기서 거기라 전국 여행이 큰 의미가 없다고.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한 달이 지난 후에는 실제 그런지 안 그런지 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아니길 바래본다.
가끔 링크드인에 들어가 보면 여전히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되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짧은 인생을 심적으로 풍요롭게 그리고 따뜻하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볶는 냄새를 맡으며 우두커니 글을 쓰고 있노라니 왠지 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빠르게 가지는 말자. 때로는 순리가 정답이기도 하다. 나름 애를 써 보되 결과가 잘 이어지지 않으면 그 또한 편하게 승복하고 또 다른 길을 찾아보면 된다. 세상에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너무 달리기만 하지 말고 천천히 배회하면서 들풀도 보고 하늘도 보고 공기 내음도 맡고 그리고 글도 쓰고.
내 안의 울림과 소리에 천천히 귀를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