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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y 01. 2017

원칙과 소신

자기만의 원칙은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지켜내는 것이다. 비가 아무리 세차게 오고, 추위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도 세운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있는 자만이 유지할 수 있는 담대한 힘으로만이 가능한 일이다. 


살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또 알고 지내 온 사람이 내게서 떠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매번 나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다면, 계속 주변의 변화로부터 내가 흔들리게 된다면, 난 종국에는 어떤 방향으로도 행동을 취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저 하루는 이 방향으로 또 다른 날은 다른 방향으로.


나의 의도와 상대방의 받아들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또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말을 하든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이상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새삼 내려놓음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그런 것이지. 나중에 세월이 많이 지나고 강산이 바뀔 때 즈음이면 내 진심이 올곧게 전달될 날이 올까 하는 생각.


원칙을 지키는 자에게도 늘 시련은 온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의문을 품기도 하고, 또 이해관계에 따라, 본인의 상황에 따라, 또 나와 너의 관계에 따라 많은 것이 뒤틀리고 어질러지기도 한다. 어쩌면 ‘원칙’이라는 두 글자는 그 상황에서 한 사람이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키 이자 이정표일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변덕에 부딪힌다. 오늘까지는 즐거웠던 것이 내일은 갑자기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제까지 좋았던 사이가 오늘 틀어지기도 하며, 그때는 모든 것을 줄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세상 두 번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현상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가 또한 숙명이다. 늘 좋음과 나쁨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좋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고, 또한 오늘 나빴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내 삶의 정의를 올곧게 세우고 늘 맞게 한 발자국씩 걸어가고 있지만, 때로는 내 생각이 마음대로 변형되어 다른 사람에게는 오해의 벽(혹은 그렇게 믿고 싶은)으로 되돌아왔을 때, 나는 이제 생각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상대방의 목적을 채워줬으면 이제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수사에 불과한 것이고, 그저 언어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안다.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 내 삶은 침묵 속에 평화로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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