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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03. 2017

주는 쪽인가 받는 쪽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관계에서 가장 만족감을 주는 것은 오랜 친구와의 만남일 것이다.


술집에 들어가서 소주 한잔하며 주거니 받거니 추억여행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 어느새 아빠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순간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어느새 다음을 기약하고 내일을 위해 자리를 파해야 하는 아쉬움을 늘 갖게 된다.


만남을 위한 그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연락’ 일 것이다. 보통 나는 내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하는 편인데, 예전에는 그런 부분에 있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을 때가 있었다. 


왜 내가 항상 먼저 만나자고 해야 하는 거지.


나만의 외사랑도 아닌 것이 만나면 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 마음속에 있던 얘기를 털어놓다 보면 사회생활하며 느꼈던 알 수 없던 고독감, 외로움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사실 꼭 누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뭐 내가 먼저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또 내가 연락을 오랜만에 하면 왜 이리 연락이 없었느냐고 농담 섞인 타박을 준다. 그럴 때면 난 또 한마디 한다. 

“너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왜 손이 달려있는데 문자를 안 쓰니”


사람마다 제각기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정을 느끼는 방식도 정을 나누어 주는 방식도, 사람과 교감하고 교류하는 방식도 다 제각각인 것 같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상대방이 그러한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뭔가 무례하고 나를 배려하지 않는 것만 같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관계를 의심하게도 된다.


삶에 있어 많은 깨달음은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가는 점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해의 시작점은 마땅히 그래야 함의 프레임을 벗어나면서부터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본인의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결국 연락을 누가 먼저 하든 그것이 무어라고. 그냥 소주 한잔하며 들뜬 기분에 각박한 인생사 서로의 술잔으로 마음을 달래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래도 연락 좀 해라, 답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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