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 사람 만나는 것도 슬슬 지쳐간다. 무슨 모임, 이런 모임, 저런 모임, 다행히도 그리 못나지는 않은 외모라 그 당시 꽤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대와 데이트를 갖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중 몇몇은 진지한 만남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진지한 만남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 근데 왜 이리 마음이 더 진전이 안되는지.
문자 하나를 보내는 것도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무표정으로 끄적이고 있는 나를 보면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이제 관둬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열정을 불태웠던 그 때 그 마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매번 주어지는 선택지지만 왜 그리 마음이 끌리지가 않는지 모르겠다. 색깔만 다른 똑같은 모양의 색종이를 계속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이 모호한 돼먹지 않은 감정에서 난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
기꺼이 함께할 수 있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 참 쉽지가 않다. 이는 욕심을 버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난 이제 어쩌면 평생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볼지도 모르겠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 일상 속에 나만의 색깔이라는 조미료를 넣어 나름 맛있는 체 하고 있지만, 그 맛이 진짜배기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물론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욕심부리지도 않는다. 군대에서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는가. 포상휴가는 원할수록 내손에서 멀어져 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