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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27. 2017

바닥을 딛고 일어서다

나는 내가 힘들 줄 몰랐다. 만남은 짧았고, 채 1달이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연이 끝나던 날 다음날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일을 했고, 퇴근을 했고, 잠을 잤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왠지 혼자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으니까. 핸드폰을 봐도 특별한 ‘알림’이 없었으며, 전화는 당연히 울리지 않았다. 허전함이 계속해서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게 사실은 만남의 여운이었다는 사실을 한 달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음을 많이 쏟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적당하게 내 마음이 열릴 수 있을 만큼, 아주 좁은 만큼 그렇게,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는 그 인연의 끝이 힘들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내 무의식은 그렇지 못했나 보다. 수시로 핸드폰의 알림을 확인했으며,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리스트를 뒤적거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해서 찾아내곤 했다. 그리고 먼저 문자를 보내고, 문자를 받았다. 그게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모르핀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짧은 만남에도 여운이 있는 법이구나. 내 마음을 다 준 사랑뿐만이 아니고, 함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나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구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나름의 정의를 내려오고 있었던 터라 이 같은 새로운 깨달음은 사실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나는 힘들긴 했었으나, 그게 그 사람의 부재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으니까. 그저 한동안 혼자 지내보니, 심심하고, 사는 낙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을 이니까.


그 시간이 끝날 즈음이 되니, 그래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똑같이 혼자 있고, 똑같이 글을 써도 이제 마음은 한결 편하다. 다시 혼자가 익숙해졌다. 꼭 누구와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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