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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21. 2017

불완전의 완결성

요새 내 삶이 왜 이리 재미없나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엇이든 ‘정의’를 내려보는 습성이 결과론의 늪으로 나를 가두고 있었고 따라서 오늘도 내일도 그저 그런 밋밋한 날들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은 사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그것이 파장을 일으켜 하나의 작은 이벤트가 되기도 하고 대서사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멍청하게도 삶의 중요한 요소인 ‘랜덤성’을 잃어버린 채 한동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삶이 재미없지, 하다못해 오늘은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될까 기대하는 것도 내 삶의 중요한 원동력인데, 모든 여자는 다 똑같아 이런 헛돼먹은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삶이 재밌었을 턱이 없다. 


언제부턴가 다 산체, 인생의 진리란 진리는 다 아는 체 하고 살았으니, 모든 것이 이제 만렙 이후의 삶이요. 모든 것이 이미 다 경험한 것의 반복에 불과하니 나는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좀 그러지 말자. 하다못해 차 한 대도 없는 놈이 만렙은 무슨 만렙이냐. 어디 저기 초렙존의 왕 좀 돼봤다고 인생 다산 놈처럼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 자체가 한심해 죽겠다. 진부하고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아직 살아온 날 보다 살 날이 한 5배는 많은 것 같은데 (미래는 150세 시대다. 아니다 200세 시대다.) 다 깨달은 체 사니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는가. 


언제부턴가 안전지향적이고 위험 감수를 피하는 삶의 태도가 굳어졌었고, 당연하게도 그런 삶은 재미가 없었다. 때로는 리스키하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도 저질러 보고, 에라 모르겠다 홧김에 고백도 해보고(솔직히 이건 못하겠음) 좀 그러면서 살아야겠다. 난 예전에는 그런 천방지축이라 참 주변에 적도 많았었는데, 언제부턴가 얌전한척하고 세상 다산 놈처럼 점잖아지더니 동시에 내 개성마저도 잃어버린듯하다. 


남을 배려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진짜 신나는 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규율, 터부, 항상 지켜야만 하는 것. 그런 것도 좀 많이 어기고 싶다 (그게 범죄만 아니라면). 내가 A 해 봤는데 그거 B더라고, 그런 태도도 이제 버리겠다. 다 아는 놈처럼 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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