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Nov 27. 2017

새벽에 쓰는 글은 진짜다

나와의 독백 시간, 이제 조금 후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일터로 향해야 하지만, 여전히 내 모습은 침대 속에 가두어져 있다. 뭔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주말이었다. 스스로 충전을 하지 않으면 종종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이번 주는 제대로 내 인생을 운영하는데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뭔가 겉으로는 매우 분주했으나, 뭔가 제대로 된 성취감은 없는, 그저 그런 자리에 그저 그런 만남, 그저 그런 대화만을 주고받은 것 같아 왠지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마다 오해와 불신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쉽게 결정 내어 버린다. 그 사람의 어조와 말투, 행동거지, 몇십 개의 단어와 몇 가지 논리만으로 그 사람의 엑스테리어를 결정해버린다. 이것 참 슬픈 일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한길 사람 속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참. 


아무튼 참 정신없이 분주하기만 하고 특별히 얻을 게 없는 주말이었다. 사교모임에 대해서 요새 많은 회의감을 느낀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끊임없는 대화와 활동을 배설하지만, 사실 콘텐츠도 그 자리에 머물러있고, 정신에 빛을 쪼여주는 통찰력 있는 사유의 교환이 이루어지질 않으니 늘 제자리걸음이요, 뭔가 더 생각에 나아감이 없으니 이제 모임을 나가고자 하는 동인조차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또 혼자 장시간 있으면 견딜 길이 없으니, 또 사교모임을 찾아서 어딘가에 소속되곤 하는 나. 하여간 참 모순 덩어리다.


나는 관념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가정을 하거나, 삶의 전제를 여러모로 뒤틀어서 다양한 관점과 깊이 있는 식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특별히 이유는 없지만 그런 대화가 재미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일상과, 누군가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대화도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이제 그런 것은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대놓고 현학적인 게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학적인 것은 때론 의미가 없고, 멍청하고, 속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재미는 보장한다. 인생의 제1 모토가 ‘재미’인 나로서는 차라리 대놓고 현학적인 철학 게임에 참여하고 싶기도 하다.


12시에 잠에서 깼고,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4시간 뒤인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슬슬 자러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을 느낀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