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없는 삶

여유롭다

by 다듬

나는 지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단 한 번도...

심지어 지인 혹은 가족이라도

그 어떤 만남에도 지각을 허용한 적 없다.

그리 엄격하지 않은 부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규율이나 분위기가 몹시 자유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대학 수업이나 동아리 출첵마저

나는 반듯했다.

딱히 잘하거나 내세울만한 구석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그나마 성실을 무기랍시고 품에 안고 살아온 습관일 수도 있다.

그 덕에 나는 늘 한가하다.

미리 출발하기에 중간에 좀 딴청을 피워도 된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있고,

동네 도서관이나 놀이터에 잠시 체류해도,

파업하는 버스가 좀 더뎌 와도,

어린이집 아장이들과 일일이 손인사를 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내 업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40분은 대상자와 10분은 양육자와...

가끔은 좀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일단은 그 약속을 지킨다.

하고픈 말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편지를 쓰거나 통화를 하면 아이에 대하여

더 정돈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시간은 정성이다.

더불어, 시간을 주무르는 일은 늘 관심사다.

주어진 시간에게 최대한 탄성을 지르며 덤벼들자.

그는 내 움직임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믿어보자.


#아끼지도말고마구쓰지도말고시간에게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