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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Oct 25. 2022

제주 라이딩,

살아남기

제주 사흘째 아침,

어김없이 다섯 시 언저리에 눈을 뜬다.

이틀은 서귀포 도시 뷰,

이틀은 제주시 도시 뷰,

어디나 아침은 지겨운 출근길을 수행하는 이들의

표정을 마주한다.

넌 놀러왔냐,

난 출근한다.


영원히 새 연필로 채워지는 필통처럼

제주에는 새 관광객을 그득그득 싣고

비행기가 들어온다.

세상에 평일에 노는 자가 이렇게 많다고?

많다.


여행은 늘 그랬지만 계획 없다.

충분히 쉬고, 멍 때리고, 멈춘다.

바람이 너무 많았기에 커피를 마셨고,

배가 고프면 뭐라도 먹고,

한기들것같아서 1100고지를 재빨리 달아난다.

할아버지캠퍼와 인사를 주고받고,

햇빛 아래 고양이가 부러웠고,

매일 밤 녀석의 .직장싫어타령.에 추임새를

넣어야 했다.


인심 좋은 갈치 집 사장님한테 해녀가 그려진 소주잔을

반강제로 갈취하였고,

사진책을 읽으며 빈둥거리고,

유명짜한 김밥을 먹으며 별건 아니라고 평가를 하고,

오름 보이면 올라가고,

그게 전부다.


돌아가면 한동안 제주는 또 안 오겠지.

둘이 붙어있어도 우린 별 불편이 없다.

워낙에 단련되어있다.

게으르고 무능력한 나와,

빠르고 잽싸고 능숙한 당신,

각자 역할을 잘 해내며

좀 삐그덕거리며 잘도 걷는다.


십 년 이상 살다보니 당신만한 여행메이트가 없다.

제주, 시골

밥 먹을 데를 찾아 벌벌 떨며 걷는다.

춥다.

이제 겨울여행으로 준비해야겠다.

서울로 돌아가자.


#트멍#마씸#마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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