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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Nov 20. 2022

다시

또 살아진다

혀와 손이 둔해졌나 봐

뭘 먹지도 못하고

뭘 잡지도 못했어.

뭘 읽지도 못하고

뭘 적지도 못해.

무엇을 말할까,

불과 몇 달 전 어슬렁 걸었던 길에서

사람들이 죽었다는데,

다들 내 잘못은 아니고,

놀러 가서 죽었다잖아

내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울 뿐이야.


사람들 발길이 뜸해졌을 때,

세월호 분향소에 가서 하염없이 우는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평일이었는데,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가 끼어 있었다.

이제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아이와 함께 떠난다고,

도망이라고 흉봐도 좋다 하던

그 어머니가 갑자기 기억 속에서 소환된다.

10.29 참사

그들은 죽고 나는 남았다.


나는 또 살아남았다.

고작해야 할 수 있는 허우적거림으로,

일과를 버텨낸다.

나쁜 위정자들을 향하여

돌을 던지는 정도,

내 밥을 나누어 먹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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