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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Feb 24. 2023

종결보고서

만남과 이별에게 의미를 주길 부디

너는 두 돌이 되기 전에 나에게 왔고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왔다.

코로나에 돌입하였을 때 무작정 모든 접촉을 막았고,

오늘은 갑자기 데리고 오기 용이하지 않으니 종결이란다.

두 번 만났는데 두 번 다 그냥 끝!이 되어버렸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은 근원적인 외로움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거부와 부정이 피부처럼 달라붙은 느낌,

너랑 한 세 달은 그냥 끌어안고만 있었다.

내내 울었고 올 때마다 대변을 누어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한 백일이 지나고 나니, 눈을 마주치고 웃고 같이 할 만한 일들이 생겼다.

일 년이 더 되고 나서야 음성을 들려주었고 그래도 가끔은 여전히 울었다.

그래도 구어로 자기표현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그런데 다소 어울리지 않는 폭력성향이 때때로 보여서 걱정이었다.


전형적인 눈치는 빠르고 학습은 더디고 사랑을 갈구하는 너를

별칭을 지어주고 올 때마다 따로 간식을 챙겨주고 끌어안아 주었다.

제법 한글을 읽고, 상항을 이해하고 나를 다독인다.

자꾸 공부시킨다고 토라져도,

다시 돌아와 손을 잡아준다.


그렇지 않아도 부유하듯 떠도는 그들인데,

끝을 매번 이렇게 갑자기 선언하면

누구에게 정을 붙이고 마음껏 살겠나.


당신들의 업무가 과중함을 모르는 바 아니나,

서류작업하듯 하는 일이 아닌 것을...

이런 씁쓸함이 아이들을 냉정하게 내몰까 봐

두려울 따름이다.


오늘 한 명과 헤어진다.

꽤 긴 발달을 지켜보았다.

네가 잘 자라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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