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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Mar 11. 2023

다시,소희

결코,소희

늦은 밤, 너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저 영화를 떠올렸다.

힘겹게 한발 내디뎠으나 불안하게 휘청이다가

다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그런 시절,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벌이와

낯선 학습이 마냥 무거운 짐짝처럼 몸에 들러붙어,

그야말로 죽을 노릇이다.


소희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라는 사실을 작중에 배두나가 끊임없이 외친다.

학교와 회사와 가정이 그  아이를 내몰았다.


나는 아닌가,

가장 두려운 지점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무사안일과

하루하루를 비나이다비나이다하며

웃으니까 행복한 거 아니냐고

억지를 부리는 꼰대 아닌가,


니들이 인생을 알아?

세상에 안 힘든 게 있냐?

나는 그리 안 살았다... 닳고 닳은 멘트들이

당연하게 철컥철컥 찍혀 나오고 있다.

마음이 아릿하다.


겨울 가지  빈빈 사이로 시퍼런 하늘,

붙들지 못할 시간,

눈물 나게 반가웠던 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다시는 소희를 소환하지 말아야 하는데,

결코 소희를 지켜주지 못한 비겁한 어른주제에...


마음껏 해도 되는 계절,

그대들은 당차게 세상을 향하여 주먹질도

발길질도 때로는 매몰차게 외면해도 된다.

단, 스스로에게만은 다정하자.

아무에게나 나 힘들어 죽겠다고 악을 쓰자.

진짜 나 죽으면 너 후회할걸,

협박이라도 하자.


한 명쯤 꽉 끌어안든, 야단을 치든

강제로 맥주 한잔 가득 채워주든

뭐든 해줄 어른 한 명쯤 만날 수도 있으니...


사랑한다.

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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