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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듬 Apr 06. 2023

봄꽃은, 봄답게

몹시 열렬하게 문득 무정하게

그런 문장을 썼다,

스무 살 즈음,

봄꽃은 비 내리면 끝장이다.


전국이 동시개화하며 화려했던 벚꽃은

기상이변이니 일본이니 시끌시끌했으나,

비 한방에 나동그라졌다.


강릉 경포천을 걸었다.

가장 찬란한 순간,

그 무정하게 짧은 순간,

아빠가 즐겨 부르셨던 사철가에서 봄소절을

읊조리며 느리게 걸었다.


이십 년도 더 지난 지기들과

와인에 얼른 잠이 들었다.

우리네 인생처럼 모두가 성급하였다.


얼마가 남았든,

안달하지 말고 넉넉하게 웃기만 해도

나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꺾인 가지를 들고 와 빈병에 꽂아두고

떠나온 길,

얼른 또 개화하였더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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