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해줘서 고마워

여드름과 모기 사이

by 다듬

아이는 또래보다 키가 크다.

한 일 년만 더 크면 나 따위 땅꼬마 선생은 훌쩍 따라잡을 태세다.

몸 발달이 워낙에 앞서간 탓일까, 지적인 발달이 느리게 갔다.

그러나 시늉만 내고 몸짓만 하던 아이가 한 단어, 두 단어 붙여 보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음성으로 자신을 전달하지 않으면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더니

어느 순간에 부르기도 하고 흥정도 하고 부정도 하는 정도에 도달하였다.


이마 한복판에 부처님의 바로 그곳에 여드름이 났다.

진짜 부처님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왕여드름이었다.

화장으로 감출 수 없기는 당연하고, 살색 밴드를 붙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크기였다.


아이가 들어온다.

인사를 하고 마주 앉았다.

내 여드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모기?" "아파?" "호!"

이 세 개 말을 나열한다.

아이와 ㅁ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오늘 일과를 묻고 날씨와 요일을 묻고 기분도 알고 싶은데,

그전에 나는 또 주착 맞게 눈물이 먼저 난다.

얼른 눈물을 찍어내자, 아이는 모기 때문에 아파서 우는 줄 알고 다시 미간을 찌푸린다.

"아파?" "발라!"

경제적인 언어 사용을 가르친 적은 없다.

우린 다만 만날 때마다 열심히 서로를 관찰하고 가까이 갔을 뿐이다.

몇 개의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 우선은 그걸로 충분하다.

고맙고 미안하다.

너는 나를 부르고 흔들고 깨우친다.

네가 나의 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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