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빗질소리가 알람이다.
사내는 기상한다.
밤에 읽던 책 한 줄 더 읽고, 양치하고 함께 사는 식물들 물 주고 작업복 입고 캔커피하나 뽑아먹고 출근한다.
올드팝을 들으며 하늘표정을 살피고, 일하면서 부딪치는 이들과 눈인사를 건넨다.
어두워지면 다시 책과 함께 꿈으로 간다.
맥주 한잔, 사진현상,목욕탕,빨래방과 서점
언뜻 보면 소소하고 심심한 반복이다.
행복은 적당한 자기만족이다.
사내의 일상은 견고하다.
이 정도 유지를 위한 급여, 그걸로 충분하다.
왜 울었을까,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사이좋게 이불을 덮고 울었다.
일상에서 간혹 벌어지는 균열들,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다.
말도 안 되게 평화로웠기에 변화는 꺼려진다.
그러나 늘 삶과 세상은 팔딱팔딱 살아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재빨리 변하는 모든 일들에 적응을 강요받는다.
실은 괜찮다.
느려도 넘어져도 아파도 져도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아니어도 나는 괜찮다.
깊은 슬픔과 분노와 공포와 연민과 온갖 감정들이 제멋대로 밀려오고 밀려간다.
멈추지 않고 걷고 읽고 적는 한 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