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철망 안에 있었다.
재수는 인생을 배우는 시절은 아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배우는 건 고등부인데 몸은 성인이라
그 삐걱임에서 오는 고군분투를 인생이라 명명한 게 아닌가 싶다.
대성학원 옥상은 흡연자들의 천국인 매점이었다.
수없이 많은 오빠들이 커피 한잔하러 가자며
올랐던 그곳은 담배쟁이들의 안식처였다.
나는 실론티나 싼타페 같은 음료를 얻어먹으며,
그들의 일탈을 꾸짖는 애늙은이였다.
다들 나를 알았다.
매점 아줌마도, 정문 람보아재도,
그들은 나를 달랬다.
모두를 수능으로 인도하라며..
꽁으로 유통기한 한 시간짜리 샌드위치도 주고,
연습장도, 문제집도 쥐어주셨다.
난 무능력에 꼬맹이인데,
그래서 더 혼을 내기는 했다.
그들이 그들이 원하는 인생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기를 바라며.
우리는 재수 후 수능.
그 겨울에 만났다.
그리고 옥상철망이야기를 하였다.
누가 떨어지냐고
억울해서라도..라고 했지만
그 해에도 5 수하던 오빠 한분이 투신을 했으니
매년 철망은 높아질 수밖에.
철망만 보면 철망만 보이고,
철망밖만 보면 그 밖만 보인다.
투신하는 이들,
그 밖에 집중했던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