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부정적인 결론이 아니다

절룩이던 두 사람이 만나 씩씩하게 걸어가기보다는

by 다듬

늘 모든 일에 열심인 당신을 보며,

나는 늘 감탄한다

열심에 그치지 않고 뛰어나기까지 한 영역들도 많다.

당신은 놀라우리만치 식물들을 잘 살려낸다.

빠른 손과 눈치, 실력까지 겸비한 요리사다.

세 아이에게 좋은 멘토이자 친구이며 한결같은 지지자이기까지 하다.

시댁에 가서 그 거대한 김장과 제사와 명절을 멋지게 해치운다.

미혼의 형을 둘이나 둔 남편은 아무 때나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투숙하게 한다.


가끔 대기실에 앉아 실뜨기를 하거나 바느질을 하시는 모습도 종종 목격한다.

그마저도 훌륭하다.


당신은 가끔 눈이 부어서 마주한다.

철없는 남편,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고 가장이기에 눈만 끔뻑이면

척척 알아서 갖다 바치며 평생을 살았다.

당신은 너무 유능한 사람이었다.

지나쳤다


나는 감히 당신이 어떤 원가족을 경험하였을까를 의심하였다.

쉽사리 말하기 힘든 과거가 줄줄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데, 죄송해졌다.

느닷없는 결과란 없다.

아프고 버거운 경험들은 당신은 모멸감에 둔감하게 만들어냈다.

다행이다.


두 사람이 아프다.

두 사람이 아파서 절룩거리면, 둘이 손을 맞잡고 걸어 나간다든지 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 식의 축사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여기, 부족한 두 영혼이 만나... 그래서 어쩌라고... 말만 길디 길었던 축사들...

그냥 두 명이 절룩거릴 뿐이다.

사라지거나 평화로울 수 없다. 언젠가는 서로의 부족함을 손가락질하며 분노하게 된다.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나는 당신에게 한 30년 죽었다고 살다가 분노가 일었다면,

그 분노를 외면하지는 말자고

모멸감을 가지며 치를 떨어야 할 정도로 당신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고


버럭, 폭력, 대사과, 여행, 후회 등 대여섯 개 단어들로 이루어진 일상은 지옥이다.

수없이 많은 이별을 겪으며 사람은 살아간다.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은 없다.


#나는#이런날#주먹을#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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