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5
어지럽게 꽂힌 책들과 기름을 다 써야만 들여놓을 수 있는 난로와 이미 지나치게 무거워져 제 기능을 상실한 북카트와 주저앉은 소파가 보인다.
남의 서가인 듯이 책들을 꼼꼼히 둘러본다.
그래, 누가 보아도 정리라고는 없는 책장이다.
마음에 드는 어휘를 하나만 발견해도 미친 듯이 시집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시가 그렇게 좋으냐며 한 번에 수백 권의 시집을 선물했던 사람도 있었다.
어느 시점에서 모든 시를 가지고 있지는 말자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시금 꺼내어 뒤적거릴 수 있는 이들의 음성이 아닌 이들은 보내주자.
시집은 팔 수는 없는 존재이니, 기부를 하면 된다.
언제나 누군가는 책이 필요하기에..
전공책들과 아이들 교재의 경우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하기에 내 나름대로는
눈에 잘 보이는 층에 배치하였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니 나중에 들어온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그저 제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분류라고 해놓았던 이들 사이사이에 부적절하게 놓여 있다.
그냥 책장에 몸을 두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소설이나 철학은 없어야 할 쪽인데 그들도 여기저기 얼룩처럼 묻어 있다.
오늘은 이들에게 자기 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을 해야겠다.
책을 2중으로 꽂아둔 상태가 많아서 이사를 할 때마다 인부들은 나를 흘겨본다.
본인들을 속였다는 식이다.
책은 구박을 받는다. 고의였는지 모르지만 섬유유연제 세례를 받은 적도 있다.
이사 후에 책 정리 다시 하다가 그걸 발견하고 엉엉 울었다.
다시 구할 수 없는 책 두 권이 당했었다.
20시간 배비우기 도전 중이다.
커피와 차 등 물만 허용하면서 말이다.
허기가 오면 정신이 명료해진다고 굳게 믿으며...
책구경은 마치고 책정리 돌입이다.
#버리면얻게된다고중얼거리면뭐하나내손은또책을집어들고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