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

자가격리8

by 다듬

둘째 언니가 드립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세트를 보내왔다.

요즘은 이디야니 스타벅스니 하는 브랜드들도 다 인스턴트 아메리카노가 있다 보니 그냥 쉽게 마시 수 있으나,

언니는 좀 천천히 준비해서 먹어보라는 취지란다.

거대한 플라스크 같은 유리와 거름망을 담아내는 빨간 깔때기, 따로 물을 끓여야 하고 다소 귀찮다.

그러나 커피가루에 물이 만날 때 허옇게 끓어오르는 거품과 구수하면서도 쓴 향은 다정하다.


따뜻한 커피가 몸안으로 들어온다.

천천히 다시 하루가 고마웁게도 주어졌다.

오늘은 로맹가리와 러셀을 읽고 끝말잇기를 해야겠다.

아이들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맨손운동을 한 후에 빨래를 해야지.

오늘은 발사믹 소스에 샐러드를 먹고 또 모든 것을 기름에 볶아 버리겠다.

필사를 하고 자연 다큐멘터리를 봐야지.

와, 생각만 해도 신나는 하루다.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할 일들을 자꾸자꾸 만들어야지.

천천히 해야지.

내 맘이다.


#오늘도해가떠오르고봄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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