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9
나도 주로 소리를 내는 사람이었나 보다.
팟캐스트를 틀거나 음악을 틀거나 청각을 쉬게 할 일이 거의 없었음을,
이제 와서 고백한다.
영화가 끝나고 날이 저물었음을 느끼며 잠시 아무것도 틀지 않았다.
방향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소리들이 습격해왔다.
숨이 막힐 정도로 웅성거리는 소리들이다.
핸드폰 알림음과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화장실 물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가, 무차별로 이거야 말로 공포다.
집중하지 않더라도 눈을 뜨면 뭐든 내 공간에서 볼륨을 올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구나.
공동주택이라는 말이 가지는 폭력성이 훅, 나를 공격한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없었음을 인정한다.
나 역시 타인에게 몹시도 소란스러운 존재라는 점도 역시 끄덕인다.
텔레비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들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각자 어느 정도는 인내하면서 살고 있는 모양이다.
소리는 무섭다.
있어도 없어도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만들어낸다.
#고요하기 힘든고요할 수 없는 공동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