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

모든 살아있는 날은 죽음을 피해 다행인 날이라고...

by 다듬

임진각으로 향하였다.

사람을 멀리하기 위하여 바이크로 이동하기로 했다.

의외로 많은 가을비에 남은 잎은 거의 없는 나무들 사이를 쉭쉭 달렸다.

파주 아동 교차로,

바이크가 멈췄다.

차와 차와 차들뿐이었다.

교차로에 잠시 정차하였다가 출발하려는 찰나에 우리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엑셀이 끊겼는지 헛돌았다.

일단 질질 끌어서 중앙으로 이동하였다.

초록 불만 바뀌면 성난 듯이 다가올 차들이 일렬로 나를 노려보는 느낌이었다.

인도 쪽으로 끌고 가보자... 다시 질질 질.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고기 장어,라고 적힌 식당 하나 덩그러니...

교차로 막 지나 다리였고 멀리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득해지는 정신이었으나,

여기에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이크를 구매한 이에게 의뢰하였다.

트럭으로 이동하고 고쳐야 한단다.

겨울이면 곧잘 고장이 날 수도 있다는 담담한 언급이 뒤따랐다.

달리다가 멈췄으면 튕겨져 나갔거나 다른 차가 나를 짓밟을 수도 있는 사건인데,

종종 그럴 수 있다니... 하긴 종종 죽음이 벌어지기는 하지.


바이크 용달을 부르고 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리에 펜스에 몸을 기대로 멍 때렸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을 태양은 따갑고, 바람은 매섭다.

나뭇잎 다 빠져나가 텅 빈 가지와 곱지 않게 흐린 하늘은 썩 어울렸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고,

우리는 가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살았으니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지.


다섯 시간 이상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또 거리에서 기다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죽을 뻔한 날이네,라고 말하며 '눈이 부시게'를 틀었다.

김혜자 씨 눈빛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녀석은 여전히 치킨을 선택했으나 악평이었고,

나는 오징어국을 끓여서 맛있다고 주장하였으나 까만 색깔 국물이 어쩐지 비현실적이었다.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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