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있으면

없어지겠지? 미용실

by 다듬

10년 이상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죽으면 내 몸은 내 가족들이 허락하는 한, 내 의도대로 다 기부될 터이다.

물론 뭐라도 쓸만한 게 있을 때 이야기지만...

몸이 가진 이력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으니 그래도 건져서 쓸 데가 있다면 쓰도록 조치는 취했다.

기계로 생명연장은 하지 말고, 굳이 살리려고 하지 말라고도 사인을 했다.


7번 정도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염색이나 파마 등 화학적인 처치를 한 머리카락은 곤란하다.

그러니까 10년 이상 그런 걸 해본 적은 없다.

실은 머리카락을 자를 때에도 지인 찬스 등을 이용해서 내 지갑에서 지불한 적은 없으니,

나만 있으면 미용실은 손가락을 빨게 되겠지.


새치가 급속도로 많아지고 이 머리카락도 기부가 가능한가 문의했는데

답이 없다.

기부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미용실이 싫다.

하루를 통으로 내어주어야 하는 그 복잡한 시스템이 싫고,

영양을 하라, 두피는 왜 이러냐, 언니는 뭐하는 사람이냐

다짜고짜 시작하고 던지는 대화, 사람을 입성으로 혹은 그 집에서 쓰는 돈으로 평가하는

미용실 작업들이 나는 부담스럽다.


나는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사람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당신들에게 와서 시간을 내어드릴 예정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좋은 일이라고 그렇게 좋은 머리 자르게 되면 기부할 테니 정보를 달라는 이들과

갑자기 침묵하며 머리를 서둘러 자르는 이들로 극명하게 갈린다.


미용실은 여자들에게는 사랑방처럼 아줌마들의 정다운 파마 동지를 양산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머리 하고... 그 중심에는 미용실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소소한 기술직이었던 동네 미용실은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거대화되고 아랫사람들을 거느리면서 뭔가 좋지 않은 군대문화처럼 그런 분위기다.

나는 거부한다.


혹여 머리카락 기부의 길이 막힌다 해도 나는 염색하지 않고 하얀색 머리카락을 받아들일 테다.

내 손으로 혹은 지인의 손으로 머리카락을 잘라낼 수 있다면 그것도 허락하겠다.

꾸준히 먹는 한 머리카락은 자라난다.

미안하지만 미용실이여, 안녕


#예전에는 학교 이발관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었는데...서울서는 거기가 젤 싸더라

작가의 이전글통합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