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잔뜩 바랜 푸르다가 이제 허옇게 헤어지는 중인 배낭,
양손 가득 쇼핑백은
넣은 것이 많아 남루한 그의 재산을
한눈에 보여준다
우산도 척 걸쳐져 있고
배낭 역시 터질 듯 가득하다만
무엇보다도 당신 짐에는 폭죽 두 개가
달랑거린다.
어떤 날 터뜨리게 될지 못내 궁금하다.
체감온도 38도
모두가 잔뜩 구겨진 표정이건마는
당신만은 환하게 마스크 없이 발랄하다.
누가 저 평온을 이길 수 있나,
구걸조차 없이 반듯하게 걸어가는
용산역 노숙인을 보며,
경탄하고 한편으로는 좀 부럽구나.
집 짊어지고 기어가는 달팽이가
혹은 집 따위 없이도 저 혼자 우아하게 기어가는 달팽이가
언젠가는 축하할 그날에 짧지만 거대한
폭죽을 터뜨릴 그날이
다만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