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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Sep 07. 2020

"매우 화남!"

공동체를 흔드는 무례함에 대한  분노

감정 요리/ 분노


어린아이 인 나에게 할머니는 자주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사람이라 할 수 있지. "

어떤 말인지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씀이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 거 같다.



8월 15일. 광화문에 수만 명이 모여서 시위를 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왔다. 지금은 코로나 19가 극성이다.

그런데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를 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아침식사에 배경 음악처럼 뉴스가 들린다.  8.15 집회 참석한 사람들의 확진 소식이다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을 넘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감염된지도 모르는 감염자의 비율도 20%. 8.15 집회 참석한  코로나 확진자가 병원에서 도망쳐 시내를 누비며 다닌다니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다.


코로나 검사가 가짜라면서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  코로나 19 확진자가 되자 순교라고 주장하는 목사님 그리고 그분을 추종하는 종교 지도자, 신도들…

아수라장이다.  

맹목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흔든다.

종교적 자유, 정치적인 자유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공동체의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 먼저이다.

공동체 생존을 흔드는 그들의 신념이 나는 불편하다.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행동이라고 화를

내셨을 것이다.


딸아이가 내게 혼나 울었던 적이 있다.

반려견 짱아는 울고 있는 딸아이를 핥았다.

내가 대성통곡하면서 울었던  때도 짱아는 내 다리 위에 올라서서 눈물을 핥았다.

짱아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만 슬퍼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짱아는 가장 약하고 슬퍼 보이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던 거 같다. 사람에 감정을 알아채고 위로하는 짱아는 사람보다 나았다.


8월 19일 앞 건물 옷가게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사장님은 건너편 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8명이 나왔다면서 조심하라고 했다.

내가 운영하는 식당은 주변 건물마다 교회가 있다. 교회 신도 중 8.15일 집회 참석한 사람들이 8월 16일 예배를 보고 주변 식당과 카페를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다행히 내가 운영하는 식당은 그날 매장 운영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게 불안했다.  

다음날  동사무소에서 소독기구를 빌려와서 남편과 나는 주변을 소독했다. 그리고 매장 문을 닫았다. 당분간은 음식 포장과 배달만 하기로 했다. 깜깜이 확진자도 불안하고, 앞 건물에서 나온 8명의 확진자를 만난 알려지지 않은 확진자들이 두려웠다.


지금은 2.5단계로 일상이 정지되었다. 다시 2월의 공포가 찾아왔다.

몇 달이면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이제 기약이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다. 살 얼음판을 걷듯이 매일매일을 숨죽여 지내고 있다. 8.15 집회로 불어나는 확진자 숫자에 눌려 죽을 맛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이 시절. 맹목적인 신념에 공동체는 뒷전인 사람들에게

삶이 위협받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함에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할머니 말씀을 되새겨 본다.





추천 레시피


공동체를 생각지 않는 이들 덕분에 집콕 2주가 집행되었다.

화나고, 지루하고, 불안하다

이럴 때는 무언가 씹을 만한 것이 필요하다.

'저녁 9시 이후 외출 금지'가 풀리면

가족들에게 야식 중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곱창에 소주 한잔!".

식당에서 지글거리는 곱창을 구우며 소주잔을 부딪히는 그 시간이 오려나?

그날을 기다리면서 집콕하며 할 수 있는 곱창 메뉴를 추천한다.



내장을 넣은 펜네 크림 파스타

Penne aux intestins et à la crème


쫄깃하게 씹히는 곱창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는 파스타이다.

시판되는 소 막창을 하루 동안 우유와 다진 마늘, 로즈메리에 담가 둔다.

우유는 잡내를 없애고 식감을 부드럽게 한다.

냉장해 숙성 한 소막창을 버터로 익히고 크림소스를 넣는다 간이 배게 한다.

저민 마늘, 양파, 삶아 놓은 파스타, 페페론치노를 넣고 졸이듯이 끓인다.

파스타와 스튜 중간 정도의 농도로 소스를 만든다.  후추, 소금, 다진 루꼴라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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