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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Oct 06. 2020

눈물 나게 그립다.

감정 요리/ 그리움



어제 메일이 왔다. 프랑스 씨알 음식 박람회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작은 프랑스 음식점을 하면서 나의 휴가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남들이 쉴 때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 나는 휴가를 떠난다.

여행에서 많은 부분을 차이 하는 것이 요리와 그림, 공원이다.

미술관에서 앉아 좋아하는 그림 보며 멍하게 있기. 공원에서 하늘 보고 눕기. 재래시장에서 장 봐서 요리하기. 음식 관련 세미나, 박람회 가기. 이렇게 나는 여행을 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작년 시카고를 마지막으로 일 년이 지나도록

집과 식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사슬에 묶여 움직이지 못한다.

그저 하릴없이 예전에 찍어둔 여행 사진만 바라볼 뿐이다.


올해 초 파리에서 열리는 음식박람회 참석을 계획하면서 독일을 먼저 가기로 했다.  

유럽에 핫플레이스 인 베를린에 가서 맥주 공장도 탐방하고 유명한 펍을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에서 서서 우리나라 통일도 빌어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유럽을 잘 아는 언니가 동행하기로 해서 혼자라서 탈 용기를 못 내었던 야간열차를 타고 프랑스로 이동하려고 했다.

야간열차 안에서 밤을 보내고 내려서 새벽 공기를 마주하고 싶었다.  

독일과 근접해 있는 스트라부르그에 내려 무한 리필처럼 즐길 수 있다는 피자를 배부르게 먹으려 했다.

그리고, 완행열차를 타고 프랑스에 전원을 보면서 파리까지 도착하려 했다.

박람회를 참석하고, 파리 골목마다 숨어있는 맛 집을 찾아다니는 파리지앵이 되려고 했다.

마감 세일을 하는 마트에서 저렴한 와인과 치즈를 사서 숙소에서 즐기려 했다.

이 모든 것이 비눗방울처럼 사라졌다.


눈물 나게 파리가 그립다.

파리를 처음 갔을 때 가을이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본 가을 하늘, 열차 안 창 밖에서 본 가을 하늘, 개선문 위에서 본 가을 하늘, 갇혀 버린 일상에서 더 보고 싶다.


나는 파리를 좋아한다.

파리 시내에는 고층 건물이 없다.  인상파 화가 귀스타브 카뮤 보트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그림의 풍경이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 한 가지를 말한다면 인상파 그림 때문이다.

그들에 그림을 보면서 파리를 상상했다. 그림 속 파리가 눈 앞에 재현되는 쾌감은 짜릿하다.  그들이 갔던 발자취를 따라 파리를 다니면 설렌다. 어렸을 때부터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따듯함과 매력을 느꼈다. 그들이 그린 프랑스, 색, 거리, 산, 바다, 꽃, 여자, 아이가 좋았다.





파리 에펠 탑도 좋아한다. 파리 어디에서나 에펠 탑이 보인다. 에펠 탑은 내가 어디 있는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 수 알려 준다. 에펠 탑은 내 북두칠성이다. 길을 걷다가 마법에 걸리듯 골목에 빠져 방향을 잃어버릴 때 에펠 탑을 찾으면 마법 속에서 빠져나 올 수 있다.

파리 하늘 , 오르세의 르누아르, 오랑주리의

모네 수련, 뤽상브르의 의자, 몽쉘 미셀의 바다가

그립다.

언제나  갈 수 있을까?

코끝에 찬 공기가 스쳐 지나간다.

파란 하늘을 보며 추억에 잠겨 본다.










추천 레시피


처음 파리에 갔던 날, 새벽 산책을 나갔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인적이 없는 거리에 불 켜진 빵집이 보였다. 빵집 문 앞에는 가게에서 바게트를 사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 사람이 나온 빵집에 들어갔다. 서툰 불어로 바게트 두 개와 복숭아가 든 요거트를  샀다.

'파리의 바게트는 어떨까?'

기대 없이 나간 새벽 산책에서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먹은 바게트는 한국에서 먹은 것과 달랐다.

고소한 밀에 맛이었다.  

겉은 과자 같이 바싹 하고, 속은 벌집 같은 구멍이 있고 부드러웠다.

고소한 맛이 감동적이었다.

그게 파리에서 첫 번째 식사였다.



와인. 커피. 수프...

무엇과도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바게트.

바게트는 모든 식탁에 밥처럼 놓인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 한 가지만 있어도  맛있듯이

바게트가 맛있으면 무엇을 곁들여도 맛있다.


이런 바게트의 매력에 빠지게 해 줄 레시피를 추천한다.






하몽 바게트 샌드위치

Sandwich au jambom cru




밥도둑 젓갈처럼 하몽은 모든 요리에 감칠맛을 준다.  

하몽의 짠맛은 빵의 풍미를 더해 준다.  

바게트를 반으로 가르고 속을 조금 떼어내서 공간을 만든다.   

양파, 페페로치노, 양송이, 마늘, 루꼴라를 넣고 기름에 볶는다.

볶은 재료를 안쪽에 넣고 썰어놓은 하몽을 얹는다. 그리고 후추, 파슬리, 파마산 치즈로 토핑 한다.   

레드와인이나 필스너 같은 풍미가 나는 맥주와 함께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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