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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3. 2020

여행이 주는 하나 된 평온함.

첫 번째 이야기


감정 식탁/  평온함


Chapter 1> 보랏빛 여행



몇 년 전 딸과 함께 삿포로로 여행 간 적이 있다. 보랏빛 라벤더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딸이 제안한 여행이었다. 프랑스 프로방스로 가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가까운 일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눈 내리는 삿포로 만 알고 있기에 5월에 라벤더는 생소하고 설렜다. 그리고 딸과 단둘이 가는 첫 외국 여행이어서 다른 여행보다 더 기대가 되었다.

착륙하는 비행기 안, 고도가 낮아질수록 삿포로에 집, 농장, 도로, 빌딩들이 보였다. 하늘에서 본 삿포로는  전원적인 풍경이었다.


도착한 호텔 앞 정원에는 데이지 꽃, 튤립, 제비꽃처럼 아담하고 투명한 꽃들로 채워져 있었다. 꽃들이 맞이 해주니 설렘이 더해졌다. 호텔 외관은 지어진 지 오래된 호텔이라 좀 낡은 느낌도 이었지만 내부는 정갈했다.

일본 특유에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방으로 들어섰다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손 때 묻은 가구가 편안함을 주었다. 커튼을 열고 창 밖 풍경을 보니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5월의 삿포로는 작은 유럽 같았다.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고 조용했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차가 도심 중심부 거리를 지나다녔다. 빈티지한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호텔 근처 10분 거리에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오도리 공원, 시계탑 관광명소가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듯 걷기 시작했다.

10월부터 눈이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공원에는 쉽게 얼어 죽는 꽃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꽃들과 정원수가 아름다웠다. 도로 위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 있고 버스와 달리 머리 위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는 전차 시덴이 다녔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차를 삿포로에서 보니 시간 여행을 온 듯했다.



퇴근 시간에 다가와서 그런지 거리에는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활기를 띠었다.

삿포로로 사람들을 이주시켰을 때 낙농업이 특화된 곳이라 다른 지역보다 양들을 많이 사육한다. 그래서 우리는 저녁 메뉴로 삿포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양고기 요리 인 칭기즈칸과 샤케로 정했다.

식당은 선술집처럼 한 줄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식당 안은 숯불 냄새와 기름지고 고소한 냄새로 가득 채워졌다. 옆 자리는 고기 굽는 소리와 ‘오이시’을 연신 말하며 술잔이 오고 갔다.  

주문한 고기가 나올 때까지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풍경에 입 안은 침이 고이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양고기가 나왔다. 양 기름을 팬 위에 두르고, 선홍 색깔에 마블링이 꽃처럼 피어 있는 양고기와 양파와 대파를 올렸다.  팬에서 구어 진 양고기는 입안에서 아이스크림 녹듯 달고 감칠맛이 났다.

양고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린내가 나지 않아 소고기를 먹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고기를 입안에 넣으면서 요란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칵테일처럼 사케에 얼음 넣어  마셨다. 화로에 열기까지 더해져 내 얼굴은 빨간 사과처럼 변했다.

딸은 빨간 내 얼굴을 보며  깔깔거리면서 웃어 댔다. 배도 부르고 취기도 올라와 바깥공기를 쐬러 나왔다 식당 들어가기 전보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네온사인 불빛과 차 소리, 사람들 소리, 상점에서 켜  놓은 음악소리, 번화가 도시 느낌이 물씬 났다.   딸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취기가 올라온 모양인지 평소보다  들뜬 표정이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밤을 즐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보니 자정이 가까워졌다.              구글 지도를 켜고 숙소로 향했다. 한참을 걸었는데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멈춰 선 길에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나 온 길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지나면서 이따가 가보자고 했던 보라색  간판을 가진 카페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라색 간판을 가진 카페를 기준 삼아 길을 찾아보았다. 헤매기는  했지만 그 카페를 찾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도 찾았다. 딸은 나를 우상 보듯 바라보았다.

나는 여행을 가면 헨델과 그레텔에 빵 부스러기 지도처럼 나만 아는 여행 지도를 만든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만의 여행 지도는 진가를 발휘하였다.






추천 레시피


여행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이 생활이 되게 하는 마법이 있다.  

삿포로 여행 이후, 나는 양고기 애호가가 되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양고기가 늘 구비되어 있다.


 


 양고기 카레 스튜

( Blanquette d'agneau au curry)


선도가 좋은 양고기는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양고기 고기는 식감 (食感) 이 부드럽고 맛있다.

양고기는 고단백 저칼로리이다. 100그램당 300 칼로리 정도이다.

근섬유가 가늘어서 소화도 잘 된다.

양고기 누린내를 잡는 카레와 허브를 넣어 뭉근하게 끓인 스튜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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