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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l 16. 2020

여행이 주는 하나 된 평온함

두 번째 이야기


감정 식탁/ 평온함


Chapter 2>  추억의 숲

 

숙소로 들어오면서 사 가지고 온 삿포로 맥주를 마시면서 길 찾기 무용담에 빠졌다.  한참 이야기하다가 긴장하고 피곤했던 딸은 먼저 잠들었다. 마셨던 술자리를 정리하고 스탠드 앞에 앉았다. 남편 없이 딸하고 둘만 온 여행이 처음이라서 남편이 챙겼던 몫까지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 날 여행할 동선, 식당, 경비 등을 점검하고 침대에 누웠다. 길을 찾느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몸이 피곤한 것에 비해 정신은 맑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나고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여행지에 잠 못 이루는 밤은 옛 생각에 빠지기 좋은 시간이었다.



자고 있는 딸 얼굴을 바라보니 딸이 대학생 일 때 기억이 났다. 그날도 진로 문제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사감 선생님처럼 딸에게 질문했다.

"학점도 개판이고 공부 안 하면서 그냥 휴학하고 다른 전공 찾아."

딸은 계속 다닐 거라고 떼를 쓴다.

나는 더 세게 몰아세웠다.

“왜? 승무원을 하려고 해?”

딸은 축 처진 어깨로 고개를 떨구고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도 여행 맘껏 다니고 싶고, 엄마랑도 같이 여행 다니고 싶어서”

개미 소리처럼 작게 대답했다.


아이가 여행을 좋아하고 나와 여행 다니고 싶어서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대답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엄격하게 몰아가던 분위기가 순간 정지되고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과거에 기억이 현재를 생생하게 입체감을 입혀 주었다.

그런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단둘이 삿포로 여행에

와 있다.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시간 속에서 딸과

나는 나무처럼 자랐다. 이제 우리는 나무 그늘같이 서로에게 쉼터가 되어 준다.




추천 레시피


우리는 매일 오늘이라는 시간을 맞이 한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과거를 머금고 있다.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기억 속에서 어린아이, 젊은 부모님들이 살아 움직인다.  추억은 오늘의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기억이 추억이 되는 달콤함을 제안해 본다."








크렘블레

La crème brûlée


어렸을 때 국자에 달고나를 해 먹었다. 설탕을 졸이다가 국자가 새까맣게 태웠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국자를 감추어 놓았다. 나중에 감춘 국자를 찾은 엄마의 화난 표정이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추억을 피어오르게 한다.


프랑스 디저트에도 우리나라 달고나 같은 디저트가 있다. 크렘블레이다. 차가운 크림 커스터드 위에 얇게 설탕을 뿌리고 갈색 빛이 나게 불로 태운다. 그럼 불로 녹은 설탕은 유리처럼 갈색 막이 생긴다. 부드러운 크림을 먹으려면 얼음을 깨듯 설탕 막을 깨야 한다. 먹을 때마다 유리 같은 설탕이 부서지며 소리가 난다.  소리가 있는 맛있는 디저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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